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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 청춘 여인숙 2
MacTr

Y는 오래전에 가정을 버렸었다 . 우리가 찾아간 집은 변두리의
지하방 . 음대를 나온 인텔리였던 아내는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면서 고딩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었다 .
그의 존재는 어디에도 잊혀져 있었다 .
이 바람 같은 사내의 등본상 주소지는 중구 명동의 중심가였다 .
몇번씩이나 주인이 바뀐 다방의 옛 마담을 만나서 퇴락한 그가
떠돌던 시절의 이야기와함께 중이 되었다는 끈을 가지고
수유리의 작은 절에 찾아갔지만 그곳에서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겨우 인천의 전화번호 하나를 건졌을 뿐이었다

그동안 회사로부터 독촉과 땅가죽을 붙드는것 같은 추적으로
지쳐가면서 밤이면 유흥가로 돌아다니며 죽어라 퍼마셨다 .
술집에 딱 앉으면 우리는 거부 행세를 했고 취기가 돌면
퇴물 마담의 기둥서방 폼을 잡다가 탁발승의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만취해 여관방으로 돌아오면 재기할 수 없는
폐물처럼 변기를 잡고 토해내곤 했다 .

얼마전 세상을 떠난 김현식의 노래를 술집 아가씨가 허하게 불렀다
.. 사멸하는것들을 위하여 ...
한 친구를 불러내 셋이서 L호텔 지하에서 휘청이게 마신 밤이었다
그 호텔 로비에는 알아주는 아트리움이 있었는데
친구가 아트리움 안의 고목에 대고 쉬를 했다 .

그때는 미국 대통령이 순방을 하고 있었던 기간이었고
이 특급호텔에는 경호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던 시간대였다 .
난리가 났지 . 국빈이 오는 호텔 로비에서 쉬라니 ..
무전기로 뭔가를 떠들며 경호원들이 쉬- 중인 친구를 태클했다
그순간 갑자기 내가 그랬다 우리 직원에게 ...
야 ... 김형사 .. 이것들 뭐야 .. 야 ! 우린 근무중이야 ...

다음날 오전까지 몇개의 중복된 죄명으로 창살속에 있어야 했다
씹다뱉아논 껌 ... 뭉쳐둔 걸레 ... 그때 우리가 그랬다 . 풀려나자마자 분풀이하듯이 인천으로 전화를 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잡히지 않았다 .
(Cont ........)
4 . 8


241 . 빨간빛으로 짧았던 사랑과 ...
easychair

칭구들이랑 생맥 너댓 쪼끼를 마시고 나서 마지막 전철을 탔다
마악 성가신 전화를 한통 받고 비집고 들어가 섰다 .
내 앞에는 셔츠 빛처럼 하얀 얼굴에 유난히 볼만 발그레 물든
남자가 앉아있었다 ... 삐에로처럼 ...
그 옆자리가 비어서 앉았다 . 나도 빨간 빛일텐데 . 나란히

남자가 내 생각과 비슷했는지 신문을 확 펼쳐들었다 .
글구 좀 있다 남자 앞에 머리가 모로 흔들리는 여자애가 섰다 .
채도를 떨어트린 자수정 같은 얼굴에 아주 큰 눈이었다 .
그 큰 눈이 졸린듯 좀 감기면서 게슴츠레 남자의 신문 뒷면을
보고 있었다 . 한참동안 ....

얼굴이 빨간 두 남녀가 신문의 앞 뒷면에 시선을 박은채
정거장이 몇개씩 지나갔다 . 남자가 보는 면을 흘깃 보니
성인 방송 . 칠공공 전화번호들 . 아픈 듯한 여자의 벗은 몸 ...
이 남자가 한 페이지를 다 외우려는 것일까 ... 하다가
느낌이 왔다 . 남자는 앞에 선 여자애가 보는걸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냥 들고 있는 것이었다 .

삐에로가 사랑스러웠다 .
졸린듯한 자수정의 큰 눈이 좀씩 더 감겨가다가
남자 옆에 빈자리가 나자 앉았다 .
나란히 빨간 세 얼굴이 마른침을 꿀꺽이며 반대편 창을 보고 있었다
자수정에게 전화가 오자 화를 냈다
니맘대로 생각해 ... 끊어 ..
우리는 조금씩 나른하게 비슷해지고 있었다

자수정이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자 삐에로의 어깨가 조금씩
그쪽으로 경사가 내려갔다 .
그는 그녀를 원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그를 끌어당기고 시펐다 .

자수정이 어느역에서 깜빡 깨더니 역 이름을 보려고 애썼다
그 큰 눈을 가늘게 뜨자 삐에로와 난 함께 흔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낮게 읖조렸다 ...혜화 ...
자수정이 하품을 하면서 낮게 중얼겨렸다 ... 혜화구나 ...
아 . 우린 정말 같은 배를 타고 있었다 .

운명은 항상 두개의 예감 사이로 곡예를 .................
4 . 17

242 . ... 남겨진 신문 한장
easychair

운명은 그렇게 두개의 예감 사이에서 곡예했다 .
느낌 그대로 우리는 같은 역에 내렸다 .
자수정의 머리가 신호등 앞에서 흔들리다가
건너편 길에 오던 택시에 올라탔다 .
그 모습을 보는 삐에로의 뒷통수로 외진 바람이 지나갔다

담배를 피며 사라지는 삐에로를 역 앞에서 한참동안 보다가
돌아왔다 . 내 손에는 삐에로가 버린 신문이 들려있었다 .

지금 내 방 스탠드 받침에 그 때 그 신문지 한장이 걸려있다
자수정이 오랫동안 보던 페이지에는 낚시터 소개가 있다 .
에로물을 보던 남자와 낚시 정보를 보던 여자
아니다 . 우리의 사랑은 눈 앞에 있지 않았다
신문 한 장쯤 투시하고도 남을 열정이 빨갛게 있었다 .

자수정의 몽환적인 열정과
삐에로의 헌신적인 목마름 그리고
나의 콜렉터 같은 두근거림 모두 짧게 끝이났다 .

창으로 봄바람이 들어오면서 신문지가 팔랑이며
뱅글뱅글 두개의 면을 바꾸어 보여주고 있다
열정적인 것들은 뒤집어지듯이 빨리 사라진다
그날밤 빨간 얼굴로 흔들렸던 사람들 이야기 .

늦은밤 마지막 전철로 그 역을 지나갈때면
낮게 속으로 속삭여본다
삐에로와 자수정을 그리워하며
혜화 ...
4 . 17

248 . [Re] [Re] 빌어먹을 삼성카드
하하하

이광은이 어느새 감독이었나요?
난 선수였다가 은퇴한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
어느덧 프로야구가 내게서 멀어진게 참 오래되었군요.
내가 중2때 시작하던 프로야구의 원년 우승이 OB베어스인건 기억해도
작년 우승팀이 어딘지는 사실 모르네요.
아...프로야구 보느라고 일요일 오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하루종일 TV앞에 죽 치고 앉아있던 때도 있었는데 ...

이광은이 MBC청룡일 적부터 그의 팬이었어요.
사실 나뭇꾼같은 우직함이 맘에 들어서도 있지만 그건 방랑벽이 심해
몇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든 외삼촌을 닮아서기도 하지요.
일찌감치 외숙모와 이혼하고서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시다가 잊을만
하면 선물을 한 아름 사가지고 오시고선 내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하다
가 바람같이 사라지곤 하셨죠.
재수 시절 엄마 몰래 사귀던 남자 친구의 정체를 안 유일한 핏줄관계
이기도 하구요.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실반지 하나를 사주시더니 예의 그 모습처럼 사
라지시곤 몇 달 후 멀리 부산에서 비명했다는 소식과 함께
건물에서의 실족사라는 서류상의 너무도 간단한 사인을 확인했죠.
하지만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친척분들은 그 외삼촌이 자살하셨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죠.

엄마가 어릴 적 부터 언제나 말이 없고 살짝 웃기만 하셨다고 그러셨
는데 돌아가실 때도 타고난 외로움을 간직한 채 그렇게 가셨네요.
내가 너무 어려 삼촌의 깊이를 느끼지 못했지만 아마 살아계셨다면 지
금 꽤나 저와는 재미난 사이가 아니였을까, 하고 가끔은 생각합니다.
아직 그 실반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반지가 외삼촌이 이세상에 남기
신 유일한 거라고 엄마가 그러시네요.
돌아가실땐 진짜 아무것도 없고 삼촌의 깡마른 몸뚱아리 하나였다네요.
그런 우리 외삼촌을 이광은이 무척 닮았어요.
얼굴 생기새는 물론이지만 굳게 닫은 입술 뒤로 우유부단할 것 같은
것까지 말이지요.
오늘 앙갭에 들어와서 이광은 얘기를 들으니까 갑자기 삼촌 생각이 나서요.
좀 칙칙하긴 하지만 그래도...

오후의 한나절을 대학로 햇빛 아래서 죽치고 앉아있었는데
그런대로 기분이 썩 좋네요.
생각지도 않던 삼촌도 떠올리구요.
아무튼...

술을 조금 줄이셔야겠죠?
술취해서 쓰신 벚꽃 얘기는 참...
정말 공감은 하지만...
그리고 혼자 술 드시지 마세요.
좋아하는 그 꼬마 친구들을 부르던가.
하여간...

오늘 햇빛은 참 좋더라구요.
4 . 22

250 . 청춘 여인숙 3
MacTr

전화번호로 연안부두 가까이에 있는 청춘여인숙을 찾아왔다 .
갯고동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는 직업소개소들 .
작은 쪽문 . 팻말들 . 먼지를 쓸고 지나가는 바람 .
마치 여기에 오기위해 그 먼길을 돌아온 것 같았다 .

여인숙 주인 K는 Y의 오랜 지기였다.
과거의 영화를 완료형으로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말을 아꼈다 . 어느 저녁

저물어가는 포구에서 드럼통에 불을 피워놓고 술잔을 나누었다 .....
Y는 못본지 이십년이 지난 어느날 장삼을 걸친 스님으로 나타났다 .
지난날 화류계를 주름잡던 두 친구가 스님과 여인숙 주인으로
재회했으니 .. 감회와 향수로 며칠은 술독에 빠져 있던 어느날
Y는 바다로 가겠다며 떠나갔다 . K도 막지를 않았다고 한다

겨울부두는 요란한 바람소리와 함께 깜깜해져갔다
너무 빛났던 한나절 같았던 지나간 이야기가 붕붕거리고 떠다니고
어두워지는 쌀쌀한 바다를 보면서 K는 이런 밤에는
현재가 오히려 더 꿈같다고 했다 .

다음날부터 직업소개소를 다 헤메고 해양경찰에 협조를 구해서
결국 어선을 타고 공해상에 나가있다는 Y의 신변을 확보했다
그리고 보급선편에 서류를 주고 특별히 부탁을 했다 .
스무날을 넘겨버린 '찾기'는 끝나고 '기다림'만이 남았다 .

바다로 간 파계승을 기다리며 선창가 해장국집에서
깜깜한 바다를 보고 있었다 .
십년을 훌쩍 더 연상인 K와 우리는 단지 Y를 기다린다는 이유로
무한한 동류감을 가지고 있었다 .
그동안 왠만한 Y의 행적 쯤은 다 알고 있는 우리에게 오히려
K가 물어보는 것들도 있었고 .

세시가 가까워서 수평선에 보급선의 불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
담배를 한대 피워무는데 갑자기 목이 잠깐 미어졌다 .
불쌍한 남자 ... 세상을 그렇게 바람처럼 흘려보내고

칼같은 바람을 맞으며 선창가로 걸어나왔다 .
해경과 우리 일행등 제법 많은 사람들 앞으로
억류되 있던 우주 비행사가 귀환하듯 Y가 불빛속에 나타났다
(Cont ...)
4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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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