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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 디셈버 다이어리
tkhong

12 . 1
해장국집에서 나오는데 ... Joy to the world를 들었다 .
땅위에는 축복을 ... 마지막 반병은 남겼어야 했다 ... 빙글빙글
올 마지막달은 제대로 깨어 있는채로 보내고 싶다 ... open my eyes !

12 . 7
택시 잡는데 레코드가게에서 ... 북치는 소년을 들었던가
그리고 필름이 끊겼다 . 라파팜파 ... 새벽까지 북을 치고 있었다
골고루도 섞어 마셨군 ... 라파팜팜 .. 새벽이 깜깜해서 다행이다

12 . 13
펠리스나비다 . 뼈다구집 앞 가로수에 반짝이 등이 달렸다
12월은 불이 켜지는 달 . 일년내내 안만나던 넘들과 만났다
세월은 우리가 안보내도 ... 잘도 가건만 ... 송년을 하고말았다
이천번의 건배 . 쏜다던 님 500 명 . 도망간 넘 99 명

12 . 19
마하리아 잭슨 . 오 홀리 나이트 . 노루모 드링크 . 콩나물 국
자이리톨 . 딸랑이를 위하여 . 어우동 쑈 . 이십오세주 . 계란말이
명함이 없네 . 뽀뿌라 마치 . 아나고 구이 . 스타우트 . 개새끼
나가시 . 전화해 . 7차 . 방없음 . 보고 싶었어 . 기본요금 ....

12 . 25
로이 부캐년의 더 메시아 윌 컴 어게인 ... 할렐루야 ..
이브의 기억 - 외로움 77% . 미련 18% . 설렘 4% . 도닦는 기분 1%
오전 2시 .. 편의점 여자애한테 .. 메리 크리스마스 .. 라고 하다
혼자 캔맥주 들이키며 ... 제발 눈 안오게 해주세요 .. 라고 빌다

12 . 30
아침에 전화받고 깬다 . 국세청이라고 했다 .
아직 마실 술이 전국에 깔렸으니 ... 빨리 일어나라고 했다
막 집을 나서는데 ... 휴대폰 온다 . 보건 복지부라고 했다
목욕탕 . 약국 . 찜질방 .... 종합병원 문 활짝 열고 기다린다 했다

해장국물 훌훌 들이키는데 .. 문자 메세지 온다 ... 문화관광부라며
.. 좀 만 더 참고 노력해서 마시자 파이팅 .. 이라 찍혀있다

12 . 31
손이 달달 떨리지만 ... 꾹 참고 키보드를 눌러본다 ...
내 ... 년엔 ... 안 마시게 ... 쓰 .... 허어 ....엉

참이슬 두병 ... 동키 치킨 반마리 준비해 놓고
해피 뉴이어 !
12 . 1

523 . 그와 5분 더
easychair

겨울은 쌈빡한 계절이지만 한동안 즐거운 기쁨 하나 잃어야한다
운동장에서 술 마시기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가을이 깊어지기 전까지
밤 고양이처럼 운동장에 슬금슬금 들어가 술판을 벌였었다

치즈 스틱과 캔맥주 . 소주와 마른 멸치
달이 점점 높아가고 더위에 기죽었던 별도 고개를 내밀고
바람이 익어가면서 아주 천천히 식도를 타고 술이 넘어간다
가을에는 나뭇잎도 취해서 색이 변하는데 ..

깔깔대는 웃음소리는 축구장 하얀 선을 타고 한바퀴 돌아오고
취기는 밤 습기가 녹녹히 가라앉여주고
후회할만큼 깊은 이야기는 바람을 타고 흩날려간다
우수와 청승도 자조와 미움도 어두움이 조금씩 가려주고 ..

찰랑찰랑 맘의 수위에 술이 차오르면
하나씩 휴대폰을 꺼내고 몇개의 액정화면이 반짝인다
' 응 . 나야 ' 로 시작되는 사소한 주정들이
밤하늘 깊이 위성까지 파란 불빛 깜빡깜빡 날아간다

구겨진 캔 . 나부끼는 봉투 . 다 알만한 미소로 아쉬울때쯤
우리는 미리짠 각본처럼 담담한 동의를 한다
- 그와 5분 더 -
달빛이 파랗게 내려와 남은술을 차갑게 흔들어 주고
담장에 선 큰 나무들이 몸을 흔들며 투정을 부린다

아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채 취해갔을것이다
깊어가는 것들은 저나름으로 깨어 있던 시간
전해야 할 이야기들을 이미 다 알고 서있던 ..
국기 계양대 . 바람빠진 공 . 백엽상 . 철봉대 . 스탠드 ..

겨울이 오고 빈 운동장은 밤이면 심심하겠지
호르릉거리는 수위실 외등은 덧없이 추워지겠지
앙상한 나무들 아래로 비닐 소주잔 하나 굴러가겠지
겨울은 퍽이나 낭만적이지만 한동안 누군가를 그리워할거야

...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운동장을
- '그' 라고 부르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
12 . 8

540 . 청사포 가는 길
tkhong

어딘가 낯선 곳에서 택시를 탔는데 ... 작은 볼륨으로
뉴스가 나올때 . 하늘은 흐리고 ... 시간 공간 감각이 흐려져서
아주 오래전 뉴스를 듣는것 같은 단조 띤 느낌이
부둣길을 달리면서 들었다 .

십년도 넘는 시간만에 만난 친구와 과거로 돌아가서
마시는 술자리 ... 안정된 기억을 둘이서 조합하고 ..
미래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으면서 .. 유쾌하게 깔깔대고
평생에 딱 한번만 볼 여인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
그러다 화장실을 다녀 오는데 작은 티브이에서 뉴스를 한다
지금이 언제야 ? 내가 어디있지 ?

어제 밤에는 청사포로 돌아가는데 ... 길 눈 어두운 오랜
친구를 바래다주겠다며 ... 훨씬 더 취한 친구와 택시를 탔다 .
새로 들어선 길이 너무 많아 ... 공상 도시같은 고향 야경으로
마지막 뉴스가 들렸다 . 이 아늑한 우정의 행복함이 어쩐지
슬펐다 . 과거란것 ... 안 건드리는게 나았을까 ..

우리는 너무 다른 길을 걸어 왔었고
그가 타인에게 나를 소개하는 말들은 이십년전의 가물가물한
어떤 바람 같은 남자이고 ... 나는 어딘가로 사라졌다
오래전의 이상한 놈이 내 잔을 들고 내 친구와 마시고
나만 취하고 ... 그들은 유쾌해하고 ..

우리에게 몇번쯤의 멋진 섹스가 남아있을까 ...
라고 말하는 그는 유달리 꿈이 많았던 남자 .
그에게 남아있는 꿈은 몇개 쯤 될까
그러나 꿈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술자리
꿈 같은 섹스 이야기가 차라리 어울리는 픽픽 웃음 같은 건배 ..

마이너리티의 해변에서 마이너리티의 거리를 찾아서
언젠가 한번쯤 메이저이기도 했었던 마담과 잔을 비우고
우리에겐 직접 말해야할 것들이 남아있지 않은것처럼
이제 써먹지도 못할 은어들로 눈물이 고일정도로 깔깔 웃었다
나 ... 저번주에 위 내시경 검사 했었어 ... 에서
스카치 블루 .. 한 병만 더하자구 ... 까지 걸린 시간 3분

여기는 해변 도로의 피씨방
주인 아줌마가 난로가에 앉으란다 ... 아까부터 아줌마
피씨에서 탐 웨이츠가 한참이나 흐른다 ... 아 마이너 ..
숙취의 바닷가에서
12 . 17

552 . 크리스마스 인사
image220

여러분도 다 받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주인장님의 크리스마스 기념 편지를 받고서 내내
답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어떤 친구가 저에게 편지를 보내왔군요.
근사한 글이기도 하지만 여럿에게 보내는 글투라
누구든 들어도 좋은 인사라고 여겨져서 여기 옮겨옵니다.
제 인사의 대신으로 생각해주십시오.
메리 크리스마스.

* * *

고맙게도, 눈이 내렸어요. 소나무에 쌓인 눈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습
니다. 언제 보았던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겨울풍경> 속, 전나무 가지
에 내린 눈과 닮아 있습니다. 다시 봄빛처럼 밝은 빛이 들어오고 집안
은 따스합니다. 눈의 박자처럼 들리던 빌 에반스의 피아노가 좀 시끄
럽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던 일을 미루고 성탄인사를 적어보려고 앉
았는데, 아직 닦지 않은 이가 불편하고 부시시한 머리칼이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작은 아이가 깨어서 내 허리만큼 오는 어깨를 비스듬히
하고선 한참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요. 눈이 오니까 참 좋다, 이러면서
요. 나는 늦게 잠이 들었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깨우는게 미
안했지만 잠을 자느라 첫눈을 보지 못하는 것 보다는 좋을것 같아서
요. 오후엔 떨어진 커피콩이나, 저녁으로 먹을 나물이나, 미역, 작은
케익 같은걸 사러 나갈참인데, 아무래도 그때에는 몽땅 녹아 없어졌을
것 같아요. 눈을 밟아보고 어떤 소리가 나는지 알려주기로 했는데말입
니다. 난 조금, 들떠있습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잘 계시리라 생각합
니다. 성탄전, Rainier.
12 . 24

555 . 사랑 영화 사양
easychair

영화를 거의 안 보는 편이지만 누군가 함께 영화를
보러가자면 사랑 영화는 사양한다

사랑 영화는 증기탕 같다
안개가 피고 가슴이 답답하고 열기가 가득차지만
탕을 나오면 금방 식어버리고
거울에 비친 뺨에 도화빛 무늬를 그려놓고 지나간다

사랑 영화는 시험기간 같다
낮과 밤이 바뀌어서 몽유의 은자처럼 또는
투명인간처럼 '그'들 속에서 시간을 멍하니
쳐다보며 흐르게 한다

사랑 영화는 파인애플 캔 같다
샛노란 그 속을 탐해보고 싶어 깐죽이다가
들척한 당분이 휘감길 얼마후의 느낌에
오프너만 애꿎게 돌리다가 다시 찬장에 넣어두게 한다

깜깜한 실내에 같은 반 학생들처럼 나란히 앉아
누구가 누구를 사랑하는 이야기를 보고
두시간쯤 지나면 뿔뿔히 흩어져 그 사랑을 나름대로
반추해야 한다면
사랑은 자판기에서 뽑아낼 수도 있을것 같다

사랑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갔으면 싶다
북국의 전나무 숲에 숨어 있다가
호반을 달리는 협궤열차를 따라가고
눈발 날리는 강 기슭을 뗏목을 타고 흐르다가
겨울 아침 햇살처럼 짧게 스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차라리 영화를 본다면
누구가 누구를 죽이는 이야기를 보고 싶다
극장문을 나서면 꼴딱 잊혀지는 사람들처럼
한장의 영화표가 무언가를 포기하게 한다면 좋겠다

두시간동안 정해진 길을 따라
사랑하는 연인들을 보면 자꾸만 슬퍼진다
결국 두 시간 안에 다 해결되고말 사랑을 위해
노선이 사라진 버스를 기다리는 기분으로
길바닥을 헤메는 내 뒷모습이 미워진다

그래서 나는 사랑 영화가 싫다

새 해 복 마니 받으세요 ~
12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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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