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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3 . 사랑했던가 4
tkhong

남자와 여자는 처음 만나는날 첫 대면부터 그랬다 .
서로에게 첫 이성이었던 이 만남의 순간 .. 앞에 놓인 콜라잔에
얼음이 재빨리 녹아가는것을 느꼈고 ...
담배를 필수도 ... 음악이 들리지도 않았다 .
단지 상대의 눈빛과 숨소리만 들려왔다 . 그렇게 만났다

첫날 .. 어디에서 잠깐의 시간을 보냈는지도 거의 기억에
남지 않지만 분명한건 .. 만난지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때부터
두 사람은 세상 누구보다도 깊은 관계가 될 수 있었다
취향이나 열정이나 분위기와 같은 단어가 붙을 수 없었다
본능과 운명과 ... 그리고 필연 정도가 감히 어울릴 정도였다 .

그날부터 ..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들은 만났고
어떤때에는 하루에 몇번씩도 만나려고 했다 .
만나면 그들은 어찌되었던 사랑을 나누고야 말았다 .
돈이나 장소에 궁했던 학생들이었고 ...
궁리끝에 그들은 남들과 달리 만나는 시간이 주로
새벽 시간이 되었다 .. 밤 두시 십오분 ... 세시 이십분 ...

우선 남자는 여자의 집 창 아래에서 기다렸다 . 그러면 ..
여자는 좁은 창틀에서 기를 쓰고 몸이 긁혀가며 빠져나왔다
이층 높이에서 뛰는 여자를 남자가 태클을 하며 받았고 ..
손을 마주잡고 .. 방범대원들의 눈을 피해 몸을 낮추며
버스로 세 정거장이 되는 거리를 달려서 남자의 집까지 가서 ..
다시 비슷한 고행을 거쳐 남자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고 .. 아무런 연락할 통신시설도
없었던 환경이었다 .. 그들은 이렇게 .. 감히 아무도 엄두도
못낼 환란의 사랑을 이어갔다 .
그동안 .. 여자는 창틀을 빠져나오려고 점점 야위워갔고
남자는 여자를 번쩍들기 위해 점점 ... 더 덩치가 커져갔다
페어 스케이팅 커플이 이보다 더 터프한 삶을 살았을까 ..

물론 그동안 파출소에 몇번 잡혀가서 .. 방범들이 아는 사랑이 됐고
남자는 어깨 탈골 .. 여자는 아킬레스통따위를 거쳐갔다 .
이 희한한 심야의 커플에게는 데이트라는 항목이 첨부터 지워졌다 .
영화를 본적은 물론 커피숍을 가본적도 없었고 ...
함께 찍은 사진 한장 없이 지독한 사랑을 불태웠다 .
아무도 못말릴 두 사람은 결국 학교를 졸업한 며칠후 결혼했다

그리고 ... 나란히 세 아이를 낳았다 .. 그 중 두 아이는
생년이 같다 ... 나중에 두 아이가 생년을 놓고 부모에게 따진다면
그러리라 ... 아빠 엄마는 너무 사랑했노라고 ..

두사람은 살아가며 .. 유혹도 제법 있었고 .. 가벼운
잔바람이 거쳐가기도 했다 . 그러나 언제나 .. 서로가 상대를
잘 알기에 .. 의혹따위는 갖지 않고 살아간다 ...
불같이 타오르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
1 . 4

575 . 버거와 떠난 흐린 오후
easychair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우기를 거부하며
맥이나 와퍼를 너머서 우울한 오후
동그랗게 원만하지만 날카로움을 지닌 친구 양파를 버리고
순박해 보이지만 아무데나 끼어들기 좋아하는 상추를 피하고
낙천적이나 자주 맘을 바꾸는 브라운 소스에게 등을 돌린다

두개로 떨어져있는 빵조각과 두마리 짐승의 다진 고기
그리고 하나로 남은 마음에 소금과 후추를 친다
후회를 닫아둘 단추로 버터와 달걀과 오이를 선택한 후
마요네즈와 케찹으로부터의 벨소리에 휴대폰 전원을 끈다
창백한 금전 등록기에 계산액이 에러로 찍힌다 - 결핍 -

결코 누군가와 묶일 인연을 거부하며
구구한 세트 메뉴를 외면하는 한산한 오후
은근히 끈끈함을 더해가는 밀크 쉐이크를 버리고
신디 더 퍼키 말랑한 오렌지 쥬스를 피하고
바삭바삭 허스키한 프렌취 프라이에게 눈을 뗀다

티슈에 접어둔 구리빛 담배 한가치 성냥 한가치
레몬라임과 프림을 듬뿍친 뜨거운 홍차 한잔에
독한 눈물 한 방울 꼬냑으로 떨어트리고
시리게 뻥 뚫린 폴로 드롭스 한 알 기다리고 있다
내프킨에 흐린 연필로 새 세트메뉴 이름을 쓴다 - 고독 -

당신을 떠나리라 김이 피는 음식들을 종이 가방에 넣고
단호히 자동문을 떠나온다 . 뒤를 돌아보지 말것
겨울 흐린 하늘 버거 봉투를 옆구리에 낀 방랑자가 되어
에나멜 빛 거리와 바이바이 신호등도 건널목도 없는
직선으로 뻗어있는 길을 허적허적 걸어간다

세상의 어느 모퉁이에서 집시 버거 매니아는 낮게 가라앉는
오후에 알맞는 늦은 점심을 펼친다
행복한 솔로의 피크닉

- 알바를 바꾸고픈 병 - 유한 망상증 !
HELLO 2002 ! ~
1 . 20

576 . 함박눈에 수화기를 들고 ..
tkhong

제법 많은 술을 마시고 깨어난 오후 눈이 내리네요
올겨울 첨 제대로 눈을 봅니다 .
몇해전에는 내 창 앞으로 소담한 골목길과 외등이 보여서
눈이 불빛을 받아 하늘로 올라가는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집들이 막아서고 앞집 빨래대에
짙은 파랑과 아이보리에 물방울 무늬가 있는 이불이
참회하는 모습으로 눈을 맞고 있습니다

오래된 친구에게 사과 전화를 하고 싶은데
휴대폰이 꺼져 있을때 ... 눈은 그런 맘을 표현하는것 같습니다
미안해 .... 라고 말하며 바람에 비스듬히 눈이 날립니다

눈은 내 하루처럼 쌓이지도 못하고 땅에 닿자 다 녹아버립니다
가난은 자꾸 깊어가고 술은 주책없이 늘어가는 겨울
일요일 낮 눈은 아이들 차지일텐데 ... 회색 하늘 아래
앞집 이불과 나 둘이서 젖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야기와 술과 시간의 양은 정해져있었어 ...
술잔을 붙잡고 있던 ... 싸라기같은 이야기들 덮어버리며
소리없는 해장술이 함박눈으로 내려옵니다

남쪽으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있을 친구에게
창가에서 남의 집 이불 걱정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눈 온다고 순두부 찌개 막걸리 잔 앞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간밤처럼 지독히도 짙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 친구에게
막 현관을 나서다 행선지를 바꾸어버린 그 친구에게
눈은 어디에서나 보이겠지요

우리에게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만남이 있듯이
내일 아침에는 울동네 민둥산과 잔디밭에 눈이 남아있으리라
나 잘하께 ... 라고 말하며 가늘어진 눈발이 흩어집니다

방 안이 느낌보다 훨씬 더 빨리 어두워지네요
이제 앞집 이불은 처음에 가졌던 감정들도 다 잊어버린채
눈송이들의 발끝에서 담담히 서있고
빨래줄에 그를 연민하는 물방울들이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언제나 그랬겠지만
오늘 눈이 오는건 참 잘된 일이라 여겨집니다
다시 수화기를 듭니다 .
1 . 21

578 . 대진항에 갑니다
image220

괜히 들떠서 잠이 안오네요.

한달 조금 못되게 거기 있었던 것도 벌써 일년이 지났습니다.
참 눈도 많이 왔고 춥기도 추웠고 밤샐 일 쌓였었는데,
지난 일이라고 여기니 보드랍기만 해요.
가본다가본다 하면서도 못가다가
이제 가보네요.

얼마전에 봄날은 간다 조감독님 말씀을 들으니까
봄날 마지막 장면의 보리밭은
이미 양어장이 되었다고 하시던데,
오픈세트가 사라진지 오래인
바다가 보이는 세탁소터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고.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았을런지.
대진항 방파제에 앉아서
제 지갑 속에 아직도 있는 파이란 사진도 꺼내봐야 되겠고
그 자리서 손 덜덜 떨면서
못태우는 담배라도 한 대 물어보고 싶고.
이란이가 빨간 스카프 하고 자전거 옆에서 바다를 바라보던
화진포 해수욕장도 가야지요.
고마웠던 동네분들이랑 인사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가짜 호적등본 만든다고 귀찮게 해드린 면사무소분들이랑
사람이 귀해서 그런 건가 싶게도 정말 순하기만 하던 우체국분들,
영화에는 안나왔지만, 이란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엑스트라로 와주셨던 동네 아주머님들도.
고무신집, 영애엄마, 인간이엄마, 부녀회장님.
밤에 남의 집 두드리고 들어가서
고스톱비는 드릴테니 내일 같이 가시자고
아주머니들 모으고... 뭐 먹을 것까지 얻어먹고 나오고.
생각해보니까 재밌네요.
경수랑 파이란이 만났던 골목 안 사진관에서 필름 사서
사진이라도 많이 찍어봐야지요.

그때 서울에 폭설이 내리던 때,
거기도 한참 눈이 많이 와서
촬영을 하루 쉬었던 적도 있었는데.
그날, 숙소에서 창밖으로 내리는 함박눈 보면서
감독님이 사다주신 문어를 삶아서
연출부들끼리 동전 털어
천백원짜리 소주를 한 병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한낮에.
이번에도 눈이 많이 오면 좋겠고.

밤에는 누운채로 등대불빛이랑 파도소리에 잠못들겠지요.
동해안 최북단 어항이라는 대진 다녀오겠습니다.
세탁기에 양말이 다 빨아졌나...
1 . 24

584 . 달이 엄마에게
빈사의 백조

오늘도 종로 삼가역 계단을 오르고 또 내리고를 반복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엉덩이 아흔 일곱종을 끈질기게 관찰했다
잘 알겠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엄격한 존재 .

긴 장화에 베레모를 쓴 옥류관 추월이에게 다가갔다
'내 인생 서른 여섯번째 부탁인데 니노코아에서 파는
아메리카노 커피 마시게 천 오백원만 줘' 라고 했다
추월이 다운 눈빛으로 동전 뭉치를 건네줬다
니노코아 카운터에 그 동전을 그대로 내놓았더니
샤이닝에 얼라 엄마로 나오던 여인이 천 이백 오십원이라고 했다

나는 목에 자국나게 키쓰해줄테니 아메리카노를 달라고했다
거미 남자의 키쓰 . 일주일째 안감은 머리에서 서케가 떨어졌다
아메리카노에 유조선 침몰로 기름이 둥둥 떴다
나는 그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샤이닝에서 그대가 남편에게 휘두르던 야구 방망이는
좆대 상실의 최후 발악아니었니'

동대문 운동장 역에서 미제 암내피는 노래가 들렸다
- 미안해요 . 당신께 장미 정원을 약속한적은 없었네요 -
달이 엄마 . 나 당신에게 물침대를 약속한적은 없었지

옆자리에 흰머리가 매력적인 육십대 진 시몬즈가 앉았다
그녀는 유시화 시집을 보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 폐경을 추카해요 . 생리대 살돈으로 시집을 사셨나봐요
할머니 소주 사먹게 구백원만 주세요 . 술이 없으면
손이 떨려서 똥꼬를 닦을수가 없어요'

할머니께서 주신 동전으로 김영롱여사에게 전화했다
김영롱여사는 서울 은행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데
그녀의 외동딸이 수능에 삼백사십팔점을 얻자 일을 그만두었다
여사는 내게 오리로스를 사주면 함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내 인생이란 베팅으로 점철되어왔지

'여사님 족제비 로스 사드리고 딸내미랑 함께하죠'
'호로자슥 물이나 다 말라버려라'
난 내일 족제비를 잡으러 갈테야 . 투투 엽총을 먼저 살테야
그러려면 찰리부대 파커가 있어야지 . 파커를 구하려면
난 내일 진옥빌라 현장에 가서 벽돌짐을 질테야

오늘 하루종일 먹은거라곤 기름이 뜨는 아메리카노 한잔뿐
무스빌딩 일층 화장실에서 좆대를 잡고 흔들었다
조선일보 . 나쁜 남자 포스터에 흔들었다
폐경기의 시집에 흔들었다 . 구십 일곱번째 엉덩이 그사이 꽃
스코트 라팔로 베이스 . 레팅고 . 진저 베이커
드디어 물이 나왔다 . 대선후 대권과 당권불리 위에 흩어졌다

달이 엄마 그대를 사랑하는것은 그대에게 업힌
내 마음을 사랑함이지 . 딸따리하면 눈가가 젖어
무스 빌딩 일층 화장실에서 그대를 사랑하는 나 울어
우리 사랑 끝내 화합할 수 없어서
무스 빌딩 일층 화장실에서 조용필의 노래를 나 찐하게 불러

이제 김영롱여사는 나에게 꽁초를 모아주지 않을것이다
여사는 그만큼이나 도덕주의자이기 때문인 것이다
밀리오레에 쟈닛 잭슨 뮤비를 보러 갈테야
거기가면 말보로 라이트를 땡길수 있겠지
달을 보며 천천히 담배연기를 뿜어야지

달이 엄마 . 당신을 사랑함은
흩어진 담배 연기 같지
결코 유한하지 않은 우리 사랑
내일은 달 위에서
달이 엄마 . 우리 사랑은
표절
1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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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