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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 . 집념의 폭음
MacTR

청춘 여인숙의 무대가 되었던 곳과 공교롭게도 같은 동네
바다를 보고 있는 또 다른 한 아파트에 묻힌 이야기 .

오래전 건설업을 막 시작한 P회장님이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의 땅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구청에 몇번이나 허가를 얻으려고 다녔지만 아예 만나주지도 않을
정도로 그 땅은 불가능한 곳이었다 . 막 회사의 기반을 앉히려던
P씨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고 문을 닫을 형편까지 몰리게 됐다 .

당시에 오십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P씨로서는 일생일대의
집념에 찬 행각을 시작한다 . 누가봐도 불가능한 이야기의 시작 .
P씨는 매일 공무원처럼 어김없이 구청으로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는 매일 과를 바꾸어가며 구청 내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
아다시피 구청에는 여러과가 있는데 딱 하나 건축과만 빼고 다른 과들
에서 종일 개기는 것이다 . 그러다보니 자연히 직원들과 하나씩
눈이 익기 시작했다 . 왠 영감님이 허구헌날 출근해서 멍하니
복도나 구석 자리에 계시니까 젊은 직원들은 인사도 하고 .

결국 달포가 지나가면서는 수위아저씨까지 인사를 하고 구청에서
제법 유명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 소탈하고 의젓한 그는 가끔씩
친해진 과 직원들과 회식자리에 가서 어울리기 시작한다 .

원래 술이 세지 못했던 P씨는 거의 매일 밤 구청 직원들과 회식자리
를 돌다가 집에와서는 변기통을 붙잡고 밤 새 토해내곤 했다 .
가까운 사이인 P씨 아드님 회상으로도 당시 밤새도록
식구들은 P씨의 괴로운 토함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한다

이젠 안 보이면 찾을 정도로 구청 속 인물이 된 P씨를 수위아저씨는
농으로 '부구청장님'이라 부를 정도가 되고 있었다 .
그러면서 과장들 사이에서 P씨의 사연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
회사의 사활이 걸린 땅이 건축과에 발이 묶여 있다는 것 .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다른과 과장들이 건축과 과장에게 부탁을 하는
형국이 되었고 죄없는 건축과 과장님은 '인정머리 없는 원칙주의자'
로 몰리게 되고 말았다 . 그동안 건축과만 빼고 모든 구청안 사람들
에게 인기인이 된 탓이었다 .

결국 건축과 과장님이 P씨를 만나게 되었고 모종의 타협을 하고
그 땅에는 건축허가가 나왔다 . 그후 아파트는 지어졌지만 그 일로
과장님은 구속 직전까지 가기도 했고 요란한 뒤탈을 겪어야만 했다

별 재미도 없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이렇다 .
우리가 주변에서 가끔 집념이니 인간 승리니 무에서 유로 ..식의 이야
기를 가끔 듣게 된다 .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집념들은 깊은 골이 패이는 후유증을 낳기도 한다

사실 그렇게 불가능을 뒤집어 놓은 곳들에는 언제까지나 불가능의
잔재가 남아있기 마련이다 . 또한 거기에는 기적같은 이득이 함께한
다 . 그러면서 오늘도 우리 주변은 야금야금 바뀌어가고 있다

지어져서는 안될 집의 넓은 창으로 화려한 야경을 보면서
승리를 자찬하는 영웅들이 토해내는 소리들이
오늘도 바람을 타고 떠돈다 . 불가능은 없다 .
그럴까 .
한번 돌아보라
불가능은 있어야만 한다
6 . 4

346 . 영화관에 갈때에는 4
tkhong

어릴때 저희 집에는 일본 tv가 아주 잘 잡혔습니다 . 그래서
야구 중계는 일본껄 훨씬 마니 본 기억이 있습니다 . 6대학 리그 ..
고시엥 .. 백인천(하꾸), 오 , 나가시마 , 장훈이 나오던 겜들이죠 .
그리고나서 우리 고교야구가 전성기 시절 중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의 어린 눈에 두 나라 중계방송의 극단적인 차이 하나가 걸리더군요

일본에서는 겜이 끝나고도 인터뷰나 관중들의 발광 .. 어떤때는
오늘의 선수를 버스까지 쫓아 다니기도 하면서 뒷다마에 아주 공을
들이는데 ... 우리 방송에서는 한참 들끓는 9회쯤 갑자기 ... 방송사
사정으로 중계를 그만 두더군요 ... 우와 ... 열받죠 . 차라리 중계를
하지말지 끝을 어떻게 저렇게 끊어버릴수가 있습니까

대전의 Y교수는 미국에서 십년쯤 살다가 온 분인데 우리 tv에서
명화극장을 할때 엔딩 크래딧을 끊어버리던가 또는 그자리에 성우
이름 자막이 덮칠때 참 난감해진다고 하더군요 .. 더구나 비됴에서는
크래딧 위로 '감사합니다'란 글자가 볼썽 사납게 가려버리지요

한 편의 영화는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야 끝이 납니다
그런데 가끔 영화관에서 이 마지막을 끊어버리는 수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극장인 강남의 씨티극장이고 ... 머 하도 그런데가 많아서
제대로 되는 코아 아트홀 같은데 있으면 고맙기까지 하지요

영화가 끝나고 테마 음악과 함께 여운을 안고 나온다면 그 또한
행복 아닐까요 .. 어떤 여자분은 극장 밖으로 나왔을때 날이 아직
밝으면 그게 참 싫어서 밤에만 영화를 본다더군요 . 사람마다
여운의 길이는 다를 수 있고 그걸 소중하게 간직하기도 합니다

강북의 어떤 복합관에서는 영화 끝나면 아저씨가 마구 외치죠
"이 쪽으로 내려가세요 " 대체적으로 출구관리를 해야만 하는
복합관이 문제가 많죠 ... 마지막 장면 쯤에 문을 확 열어 제끼고 ...
메가 박스에서는 유니폼 입은 특공대 같은 애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오지요 ... 정나미 뚝 .

영화가 끝나고 배급사 로고까지 다 나오고 나서 불이 켜지면서
나이 드신 할부지가 까망 비니루 들고와서 캔들을 담아가는 그런
포근한 영화관이 자꾸만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

끝부분 여운이 아주 중요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
'양들의 침묵'의 마지막 거리 장면이 잘린다고 생각해보십시요
그건 또 다른 폭력입니다 .

영화보러 갈때에는 조금 더 시간의 여유를 가지면 어떨까요
눈물을 닦을수 있을 시간을 주고 불을 켜는 극장 .....
영화의 꿈에서 깨어나도록 여유를 주는 맘 씀이 있었으면 싶네요
6 . 10


350 . 그 남자의 향기
easychair

무척 아름다운 선배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남자의 향수 냄새에서 취향이나 성격까지 알 수 있다고
브랜드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이는데 놀란만큼 감동했다

그런데 덜컹덜컹 전철만 타고 다니는 내게도 그런 경험이 오고말았다
전철안에서 졸고 있었는데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떴다
코 앞으로 남자의 머리통이 스윽 다가오더니 사라졌다
이 남자는 물가의 곰처럼 머리를 흔들며 졸고 있었다

그것보다 아주 강렬한 냄새가 잉크처럼 내 안으로 번져왔다
건너편 창에 비친 내 얼굴은 그 냄새에 동감하고 있었다
눈을 몇번 깜빡이는 시간이 지나고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남자는 콱 가방을 열더니 전화기를 찾기 시작했다

가방 안에서 스낵 봉지 담배곽 따위가 마구 튀어나오고
머리가 아예 가방 속으로 들어가다시피하더니 포켓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았다 . 헝클어진 남자의 향기
그것은 파스 냄새였다 .

열라 바쁜 아침 열어둔 책상 설합에 무르팍을 부딪쳤겠지
닫기는 엘리베이터에 손을 넣다가 찧었는지도 모르지
아니다 . 졸다가 옆사람 머리와 충돌을 일으켰을거야

난 그 냄새만큼은 잘 안다 .
잠이 많고 헝클어진채 늘 화들짝 대며 사는 나 자신
건너편 창에서 얼굴이 빨개지고 그 옆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 역시 어떤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인지 우리는 코를 약간 들고
고요하게 건너편 창을 보고 정류장도 잊은채 가고 있었다

두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린 결국 어느 정류장에서 서로 다른 방향 출구에 파스 향을
휘날리며 헤어졌다

난 오늘밤 모기에 물린 자욱에 물파스를 꼼꼼하게 바른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파스 냄새가 방 안에 차오른다
6 . 15

354 . X파일에 대한 소고
김성익

TV 교양프로는 우리에게 자연현상에 대한 맹목적인 신비감을 조장하
는 것 같다. 가령, 아름다운 종유동을 구경시켜 주며 우리에게 자꾸
만 신비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석회암이 탄산수에 의해 용해되었
다는 것을 아는 시청자로서는, 혹은 모른다 할지라도, 신비감보다는
그저 장관이라고만 느낄 것이다. 지표상의 어느곳 (하와이의 활화산,
사하라 사막의 모래바람, 북극의 오로라 등등)도 사실 더 이상 신비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와 어떠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으며,
왜 그러하며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를 말하지 않고 다만 카메라 앵글
만 이리저리 돌릴 때, 우리는 채널을 돌린다.

...누군가가 이러한 식의 글을 쓴것을 읽었던 기억이 엑스파일을 보다
보니 생각이 났다.
티브이에서는 막 드라마 X파일이 끝났다. 대상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
시켜보는 것을 내 삶의 굉장히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로 여기는 입장
이기에, 그러한 나에게 있어서 종종 보게되는 이 드라마의 인식론적
위상은 어느정도 각별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당연시하게 여기
게 된 (서구 중심의)현대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무엇에 대하여 약간
의 선정성과 오락성을 가미하여 극화한 드라마라고 개략적 정의를 내
릴 수 있을 것이다.

현대과학은 "명료함과 구체성"을 그것의 생명으로 상정하는 과학이
다. 이렇게 설정된 과학은 그것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파트너인 "기
술"과 함께, 그리고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문명사적 흐름으로 무장하
여 점차 "진리"로서 규정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드라마의 제
목이기도 한 "X파일"은 이러한 현대과학이 결코 말해줄 수 없는 세계
의 이런저런 측면(사건, 현상, 인물, 대상 등등)들을 총칭하는 용어
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용히 되물어보고싶다. 무엇이 진리인가? 유전자지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소위 지놈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인간의 존재이유까지
도 알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현대과학은 사실 알고보면 제비라
는 조그마한 미물보다도 기상예측에 둔감하며, 70년이면 소멸하는 수
많은 인간의 조그마한 눈보다도 잘 보지 못한다. 극단적으로 발달하
여 괴상하게 우리의 진정한 의식을 왜곡하고 있는것도 우리가 참으로
과학적이라고 말하는 현대과학일 수 있지 않을까? 기술과 과학을 혼
동하는 시대라고 말하면 당치않은 무식함의 발현인가?
현대과학이 X파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먼 거리에서 언뜻 보이는 철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인간의
모습을 갖춘 철수라기보다는 더욱 엄밀히 말하여 하나의 "점"이다. 무
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사실일까? 망원경이라는 기계를 통해 본 철수
의 모습이 철수인가, 아니면 우리의 시각정보가 받아들이는 점으로서
의 철수가 철수인가? 이것은 참 미묘한 문제이고, 어찌보면 너무도 중
요한 형이상학적 문제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러한 문제의
식을 현대자연과학에서보다는 미술사적 흐름에서 상당히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가령, 인상주의의 흐름을 볼 때 점묘파라는 독특한 화풍
을 개척한 쇠라라는 화가는 이러한 인식의 대표적인 표본-대상을 받아
들이는 시지각을 가능케하는 궁극은 빛이며, 이 빛의 극단은 점으로
표상될 수 있다-이며, 생뜨 빅투아르 산을 시지각적 극한으로 그려낸
세잔의 그림은 어찌보면 진정한 사실주의 과학이 아닐까 하고도 생각
해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난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현대과학은 그것이 전제한 여러
가지의 조건을 내제한 속에서 "정밀한 과학"이라 말 할 수 있을 뿐이
지 이를 그것의 존재이유가 투명하게 보장된 "엄밀한 과학"이라고 보
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고. 현대과학은 과학의 하나라고.
6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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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