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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 영화관에 갈때에는 8
tkhong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산 우리 동네에는 반경 1.5km 정도에
영화관이 5개나 있었습니다 . 3 - 5 km ... 그러니까 버스로
한 두 정거장쯤 가는 거리에는 10개 정도가 있었지요 ..
놀랍지요 ... 번화가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
영화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위력이 압도적이던 시절이었습니다 .

집안 식구들 각자 좋아하는 배우가 하나씩 다 있어서 ...
저녁 밥자리에서 ... 연기는 남정임이 최고야 ... 아니야 ..
머 이런식으로 밥알을 튀겨가면서 ... 연기론을 펴쌌고 ..
범 영화적인 동류감 같은게 형성되 있었지요

우리집에서 15분쯤 걸어가는 거리에 대도 극장이란 ...
전설적인 삼류관이 있었습니다 . 나훈아가 이 극장 건달이었다는
야무진 썰도 있고 ... 너절하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상영중에 딱 끊어지고는 ... 두번째 필름을 자전거에
싣고 오다가 잃어버렸는데 ... 경찰이랑 찾고 있다 ..그러니 ..
기다려봐라 .. 이런 안내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화내는 관객 하나 없는게 ... 대도니까 ..낄낄 ...하는겁니다

밖에 비가 오면 ... 양철 지붕이라 빗소리가 따다다 - 나지요
초등학교때 .. 리즈가 나오던 '내가 마지막 본 파리' 라는
영화에서 비 장면이 있었는데 ... 그때 지붕에서도 빗소리가
나오더군요 ... 영화보다 더 영화적인 사운드 !

3류 극장 관객들은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 꿋꿋이 영화를 봅니다
절대 환경을 탓하거나 ... 문화를 빗대거나 하지 않습니다 .
감수성이 팍팍 흡수 잘하던 어린시절 ... 이런 3류 극장 분위기에
물이 들어서 ... 그때가 종종 그립슴니다 .

지금도 ... 영화 시작 시간에만 입장이 가능한 복합 상영관에
가급적 출입을 안합니다 . 아무때나 슥 들어갔다가 .. 중간에
나오는 자유로운 곳을 가려고 애 무지 쓰고 삽니다 .
영화 시간에까지 묶여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

주말에 작은 상영관에서 '아들의 방'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뒷자리에 부부가 어린 아들을 데려왔는데 ... 영화사 로고를
보더니 아이가 " 만화 영화다 ! " 하더군요 ... 딱 그 순간뿐 ...
아이가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
- 영화의 전반부 .. 아들의 작은 갈등이 있습니다 .

조금후 ...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 좌석을 돌아다니며 ..
숨바꼭질 같은걸 하더군요 ... 소란 스러웠죠
- 이 부분 영화에서는 ... 아들과 조깅하고 .. 슬픔이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 희한하게 .. 아빠와 아들이 나란히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는겁니다 . 엄마는 뒷자리에 그대로 있고
- 영화는 아빠가 아들의 부재에서 ... 다른 생을 보게 됩니다 ..

영화는 보기드물게 긴 여운을 남기고 끝났습니다 .
극장 밖으로 나오니 ... 아들이 아빠 품에 안겨 잠들어 있었습니다 .
세 가족과 함께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 왔습니다 .

영화가 끝나고 현실로 나왔는데 ... 영화가 이어지는 느낌 아시죠 ..
'러브 레터 ' 보고 나왔는데 .. 눈이 내린다든가 ..
'슬라이딩 도어스 ' 보고나서 전철문이 코 앞에서 닫긴다든가 ..

그날 극장에서 자상한 아빠로부터 .. 그런 영화 보너스 하나
선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
그런거 다 ... 삼류적인 분위기에서 가능한거 아닐까요 ...

영화관에 ...
아이들도 데려가고 .... 숨바꼭질도 하고 ... 떠들썩하게 ...
그냥 영화만 좋아하던 3류 분위기로
감상하면 ... 어떨까요
11 . 5

494 . 인쇄골 초성
MacTR

'술마시다 : 초 빨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초성이라 함은 '술의 성인' 쯤 된다
물론 내가 만든건 아니고
부산 중앙동 인쇄 동네에서 떠도는 이름이다

초성은 일단 점심 먹으며 소주 1 - 2 병 . 저녁식사때 비슷하게
그리고 밤에는 메인 이벤트로 거기에 병수를 더한다
그러나 술만 많이 마신다고 초성이라는 이름이 생길 수가 없는법
초성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그만의 '술의 길' 이 있다

첫째 . 절대 소주만 마신다
나이트 클럽이나 룸 살롱은 아예 출입을 안하지만
카페나 맥주집은 자주 가는데 여기에서 초성의 기개가 발한다
어떤 집에 가든지 자신만은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든다

둘째 . 어느 술집에서든 환영을 받는다
늘 마시는 사람에게는 참 힘든 문제지만
그가 가는 어느 집이든지 주인 .. 특히 마담들에게 초성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 심지어 중앙동을 떠난 술집 관계자들까지
초성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세째 . 고마움에 꼭 화답한다
초성은 썩 넉넉한 편이 못된다 . 하지만 그는 돈을 쓸 줄 안다
작은 소주집에서 낮술을 한잔 하더라도 안주 가져다주는
아주머니께 단 돈 몇 천원이라도 팁을 꼭 내놓는다
작은 액수지만 언제나 빛을 발하는 돈이 그의 주머니에 있다

네째 . 자정을 넘기지 않는다
물론 동료 주당들이 원하면 먼저 가버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정을 넘기면 현저히 잔의 회전수가 떨어진다
그가 술자리에서 자정을 넘기지 않으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 !
내일 또 즐거운 상태로 마시기 위해서이다

다섯째 .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휴일에는 등산 간다
베낭에 빈틈이 없을 정도로 주머니마다 소주병을 끼워 넣는다
그의 베낭은 놀랄정도로 많은 소주병으로 무겁기 짝이 없다
그가 신앙처럼 등산을 걸르지 않는 이유도 딱 하나 !
돌아오는 한 주일 즐거운 심신으로 마시기 위해서이다

여섯째 . 추한 면을 보이지 않는다
그는 남들 앞에서 숙취로 징징대지 않는다
사실 그는 심각할 정도의 중독 상태이다 .
술이 없는 밥을 함께 먹을때 손 떨림을 보이지 않으려는
노력을 아는 사람들도 몇 있다 .
마치 매가 꿩을 낚아채듯 젓가락으로 반찬을 노리고 있다가
단숨에 채온다 . 그러지 않으면 떨림이 드러나니까
누구보다 자존의 도가 높다 . 초성이니까

이 외에도 초성을 초성답게 하는 이야기는 제법 많다
무엇보다 그는 소박하고 털털한 애주가이다

내일 저녁 내기 바둑 한판과 술의 자존
초성과의 한 잔이 기다려진다
11 . 9

502 . 엠 아이 블루
easychair

엠 아이 블루
잘 자 - 라고 말하고나서 덮히는 플라스틱 폴더의 소리
그 녀가 내쉬는 공기 한 모금
언제나 그만큼의 양으로 폴더 안에 고인 이야기

엠 아이 블루
자꾸만 높아가는 목소리 술병은 비어져 가고 열정 하나 모로 눕히고
화장실 같이 갈 사람 - 이라고 말하고 나서
그녀의 앞에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는 메뉴판 식은 오징어 보끔

테이블보다 변기와 더 오래 마주했던 후반기 술의 밤
창백한 난파선이 되어 돌아오면 어두운 실내에 내리는 비
우리 한병만 더마시자 - 물기 섞인 하소연이 질척인다

외삼촌이 이십년전에 불렀었다는 청승맞은 노래 새되어 날아가고
전철을 두번 갈아타고 사왔다던 머플러가 오뎅국에 젖어가고
나 먼저 가께 - 바람이 술병을 흔든다

엠 아이 블루
전생에 피를 나눈 술친구였던 낯선 남자 그 어깨에 기대 잠든
마지막 전철 그와 나 오렌지를 가득 실은 미시시피 화물기차를
타고 커다란 병에 가득한 포도주를 나눠마시는 꿈을 꾸고

악연이 깊은 어느 대학입구 정류장에서 깨면 이미
돌아갈 기차도 레일도 운전수도 없다고 전해지는 이야기
몸을 팔아 택시를 샀다던 유다의 아픔 스쳐가고

별을 다 세고나면 첫 전철이 온다는군요
달을 따라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다보면 첫 버스도 온데요
바람에 미쳐 맨몸으로 둥실 춤을 추고나면 앰뷸란스도 오겠지요

엠 아이 블루
피씨방 복도를 서성이며 그와의 첫 만남을 기도한다
피씨방 변기에서 담배피며 우리의 첫 아가와 마주 웃는다
피씨방 난간에 기대 졸며 우리 셋 햇빛쏟아진 공원을 걸어간다

엠 아이 블루
어학 테잎을 꽂고 조는 그와 야시장 옷봉투를 끼고 잠든 그녀 사이에
첫 전철을 타고 어제의 길을 ...
기다림과 성숙에 흐믓해하고 망가짐과 맞아죽을것에 떨며 돌아간다

엠 아이 블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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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I Blue 는 비됴 옛날 영화에서 여 주인공이 부르던 노래
제목만 따라서 흥얼거리는 올 가을 마이 송
11 . 8

509 . 살기띤 새벽술
tkhong

주말에 비됴방에서 꼴딱 새고 새벽 밥집에 갔습니다
울동네 밥집들은 주고객이 공사장 인부들입니다
이건 ... 5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
머 그리 공사할게 많은지 몰라도 .... 건설의 동네인건 확실합니다

막 첫술을 뜨는데 ... 빈 홀에 인부들이 한 팀 들어왔습니다 .
왁자하니 떠들며 ... 아마 반주를 원했던것 같은데 ...
주인 아저씨가 안된다며 ... 오야지가 새벽술 불가라 못박았다자 ..
인부들은 쩝쩝 ... 입맛 다시며 밥먹고 ... 보통 새벽이었는데 ...

그때까지 암말 없이 맨 끄터머리에 박혀있던 ... 젤로 어린 남자 ...
이 남자애 모습은 ... 영화 현장에서 나온것 같았습니다 ..
떼가 꼬질꼬질한 잿빛 얇은 반소매 티에 ... 꽁지머리를 하고 ..
실핏줄이 아른거리는 어린 얼굴에 ... 소녀같은 이목구비 ...

이 남자애가 갑자기 ... 기로틴 날 같은 싸늘한 음색으로 ..
" ... 오야지가 누군데 ...? "
그 한마디에 주위가 찬물 끼얹은듯 적막해졌고 ..
김응룡을 닮은 주인 아저씨는 멍하니 서있더군요 .. 단 한마디에 ..

그리고는 터벅터벅 냉장고로 가더니 참이슬 한병을 턱 꺼내고 ..
자리에 오더니 선배 인부들에게 한잔씩만 깍듯이 따라주고는
나머지 술을 물잔에 콸콸 따르더니 죽 들이키더군요 ..
아무도 ... 식사가 끝날때까지 ... 한 마디도 안했습니다 .

그때 그 애의 눈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
어둡더군요 ... 새하얀 얼굴의 노가다 ... 하얀 빛에 그늘 ..
밥집 안에 그 누구도 질릴만큼 공기 전체를 억누르는
저항하기 힘든 어두움이 ... 퍼렇게 서리는거 같더군요

대놓고 먹는 인부들의 아침 식단은 아주 조촐합니다 .
거의 국이랑 밥이 전부라할 정도인데 ... 다른 사람 다 먹고
나간후까지 ... 꽁지머리는 계집아이처럼 밥을 깨작거리며
느리게 먹더군요 .. 물잔의 술을 아껴서 홀짝여가며 ...

내가 어디서 저런 열망적인 눈빛을 봤더라 ....
술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
찌개 냄비 위에 무거운 생각들이 맴돌더군요 ..
무엇보다 ... 극히 위험하다는 막연한 느낌이 내내 들었고 ...

꽁지머리는 밥을 다 먹더니 ... 김치 종지를 들고 주방으로
와서는 ... 아줌마에게 얌전한 말투로 ..
" 것절이가 너무 맛있네요 ... 남겼는데 ... 점심때 .. 이건 ..
머리 긴 놈꺼니까 ... 다른 사람 아무한테도 주지 마셔요 "

이미 눈자위가 불그레하더군요 ...새벽술이란게 그런거니까 ..

며칠전 메일을 한 통 받았는데 ...
- 우리는 원래 타인과 동일한 존재이다 -
라는 글이 있더군요
세상은 어쩌면 전부 거울 같아요 ...
특히나 맑은 새벽에는 .
11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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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