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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8 . 사랑했던가 5
tkhong

남자는 갑작스레 가까워진 친구와 군대에 가기전날 둘만의
작은 술자리를 가졌다 . 소주에 취해가던 친구가 부탁이 있다고
조심스레 꺼낸 이야기에 남자는 튀어오를만큼 놀랐다 .
- 오래전부터 친구가 남자의 여자를 사랑해왔다는 것이었다

친구의 소중함에 눈에 핏발이 선 남자는 친구에게 여자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 고된 훈련때부터 시작해서 친구는 단 하루도
거르지않고 여자에게 편지를 보냈다 . 여자는 단 한번도 답장을
하지 않았고 ... 남자와 ... 두사람은 그를 입밖에 내지않았다

친구는 소등후 암흑속에서도 편지를 썼고 ... 시집을 비롯해
보낼수 있는 모든것을 부치다가 보안검열에 몇번이나 걸리고
철창 생활을 겨우 모면해가면서 그녀의 답을 기다렸다 .

친구가 휴가를 나오고 세사람은 오래전 친구들처럼 어울렸다
술자리후 셋이서 함께 잠을 자게 된 어느밤 ... 남자는 잠든
친구 옆에서 처음으로 여자와 깊은 관계가 되었다
그 며칠후 여자는 친구와도 함께 특별한 밤을 보냈다

나라가 정해준 양보다 몇번더 휴가를 나왔던 친구를 위해
두사람은 술자리를 마련했고 .. 남자는 유독 셋이 자는 자리에서만
여자를 탐했다 . 눈을 감고 고통깊은 동침의 밤을 인내하던
친구는 며칠후면 ... 여자와 둘만의 밤을 보낼수 있었다

그렇게 포개진 애정과 우정으로 세사람은 가까워갔고 ..
친구가 제대하던날부터 .. 여자는 그들을 멀리하고 새사랑을 찾았다
알콜중독의 유부남이나 .. 약물중독의 제비와 미친사랑을 하던
여자가 어느날 두남자를 찾아왔다 .

반가운 세사람은 밤새 옛날처럼 정다운 술자리를 가졌다
여명이 창가에 찾아오던 신새벽 여자는 느닷없이 노래한곡
길이만큼 길게 폭소를 터뜨렸다 ... 그리고 젖은 눈빛으로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고 영원히 그들곁에서 사라졌다
"너희들은 남자가 아니야"

그후 계절이 수없이 바뀌는 동안 남자에게 여러 여자가
거쳐갔지만 이미 사랑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거세된 남자는 ..
사랑을 나눌때마다 옆자리에서 지켜보는 눈동자가 그리웠다

친구는 만나는 여자마다 사랑을 찾았지만 비틀려갔고
지난날 여자가 베풀어주던 비밀의 포만만이 기억될뿐
어떤 광란의 관계도 시작부터 끝까지 텅비어있었다

남자와 친구는 각각 또는 함께 여자를 찾아다녔지만
여자는 더이상 그들이 숨쉬는 땅에는 살지 않는것 같았다 .
뗄수없는 굴레의 우정으로 엮어져있는 남자와 친구는 오래도록
여자의 냉소가 남겨놓은 그림자에 갇힌채 신음했다 .

남자와 친구는 술에 취하면 여자의 ... 노래와 같던 긴 웃음소리가
귓전에 맴돌았고 .... 단 한번이라도 여자를 다시만나 ....
남자가 되고 싶었다
2 . 11

602 . 명숙이에게
빈사의 백조

오늘도 먼지만큼 많은 서로다른 엉덩이를 보며 살았다
명숙이는 서따 아저씨를 사랑하는것 같다 . 언젠가부터 그랬다
서따 아저씨는 명숙이 손님 .
명숙이는 돈 받고 아저씨들이랑 자는게 직업이다
차를 가진 사람들은 창에 끼워둔 명숙이의 전화번호를 볼 수 있다

그런 사진에 있는 인물이랑 명숙이는 좀 차이가 난다
침전 상궁처럼 뚱뚱하고 의젖한 모습의 명숙이는 까만 원피스에
까만 털모자를 쓴다 . 어 콜걸 인 더 블랙 원피스 .
아저씨랑 자는것은 시간이 제한되어있다 . 농구같다
그런데 서따 아저씨는 세우는데 넘 마니 시간이 걸린단다

아저씨가 감격해서 서따! 라고 외칠때면 명숙이가 떠나야할 시간이다
길가에서 까만 차에 명철이가 타고있기 때문이다
명철이는 명숙이를 자주 팬다 . 명숙이는 시간을 지켜야한다
그래서 명숙이와 서따 아저씨는 써버와 플레이어의 관계가 아니라
기둥을 세우는 노가다와 슬픈 기둥 주인의 사이다

서따 아저씨는 보석 사우나에서 떼를 미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떼밀기에는 늙었지만 보석 사우나는 워낙 손님이 없다고 한다
한번은 명숙이가 서따 아저씨에게 얻은 사우나 입장권을 나한테
주었다 . 그래서 이년만에 목욕탕에 갔었다
나는 기둥 노가다의 목욕 기둥서방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었다

내가 어떠케 명숙이랑 친하게 됐는지 알고 싶으리라
소주 두병이랑 맛살 네개를 먹은 맑은 일월의 늦은 오후
명철이에게 나는 명숙이가 내 타잎이라고 고백했다
피터지게 얻어맞고 났는데 명숙이가 나를 데리고 시장에 가서
갈보할매 만두를 사줬다 . 그런 사이다

목욕탕에서 . 잘먹은 허연 살집들이 땀을 빼는 풍경속에서
나는 명숙이와 나와 서따 아저씨와 명철이의 풀리기 힘든
사각관계를 궁리해봤다 .

- 내가 명철이를 죽이고 명숙이와 서따 아저씨의 행복을 빈다
육십년대
- 나와 명숙이와 서따 아저씨가 명철이를 두들겨패고 동해로
고래잡으러 간다 . 칠십년대
- 명철이가 명숙이를 외딴섬에 몸팔러 보내고 서따는 죽고 나혼자
새우잡이 배타고 다니다 섬에서 명숙이를 만난다 . 팔십년대.

명숙아
우리 사이에는 기둥이 필요없지
갈보할매 만두로 시작한 우리 사이
언제까지나 풀리지 않지만 그래서 언제까지나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사우나 입장권으로 만개된 우리 사이
언제나 물방울과 뿌연김과 뭉게뭉게 상상이 가능하지

명숙아
우리 사랑은
수돗물
2 . 17

605 . 왔던길로 돌아가기
tkhong

술 왜 마시느냐 ... 고 물어보면
"새벽 여섯시에 칠성 사이다 마실라꼬" 라고 단호하게 답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 왜 마실까요 ... 엉망으로 망가지면서
그중에 하나가 담날 깡그리 빈것같은 추락감 때문이라면 ...

안경을 잃어버려서 ... 침침한 대낮 ... 시간을 떼우다가 ..
날이 어두워지자 .. 먼길을 돌아가서 안경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비꼬인 위장으로 종일 굶고 식은땀이 녹직히 베이는 몸뚱이로 ..
1.5 미터 앞만 보면서 떠났습니다

교대 전철역에 있던 레코드숍이 사라졌더군요
그나마 가끔 ... 음악이 흐르면 키보다 높은 광고판 사이를
걸어가며 ... 시대에 환승하는 체인지맨의 기분을 누리기도했는데 ..

약간 예감했던대로 ... 포장마차는 없더군요
전날 마신 술집이 사라져버린 느낌을 아시는지요 ..
네온과 아크릴빛 모두 ... 내 필름 밖에서 돌아가는 이미지들 ..
아무데도 갈데도 없고 ... 찾아온곳도 없고 .. 돌아가기도 그렇고 ..
설렁탕 곱배기에 소주 한병을 마시고 .. 좀 걷기도 하고 ..

겨울도 일찌감치 떠나버린 빈 거리에 ... 얼마후 다시보니 ..
안개같은 흐릿한 시야속에 포장마차가 떡하니 있더군요 ...
아줌마는 돌아온 이복동생처럼 따스하고 처연히 바라보더니 ..
내 안경을 꺼내놓더군요 ... 감동했습니다

지하계단을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 ..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
맥주 한병을 시켰습니다 . 옆자리에서 ... 까만옷을 입은
중년 여인이 미남에게 ... 자신의 처지를 낮게 말하고 있었고 ..
아줌마는 연속극을 보고 있었고 .. 나는 당근이랑 맥주를 마시고 ..

나오는데 아줌마가 ... "눈을 잃어먹고 다니면 어떡해요"
라고 했습니다 . 로터리에서 바람을 맞으며 ... 전광판을 봤습니다
그래도 ... 찾을수 있네요 아줌마 ... 깨끗한 밤이 있더군요
돌아오는길에 많은 사람과 밤 풍경을 보았습니다

영국의 79살 할아버지 배우 기사를 읽었습니다 .
눈도 귀도 거의 간 상태에 아직도 무대에 서는데 ... 22살에
자신을 낳고 죽은 엄마를 늘 수호천사처럼 여긴답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된건 ... 이 할아버지 말씀이 ..
"엄마가 티브이 고만 보라고 .." 그런거랍니다

그 오후 내내 아코디언과 큰북의 가는 환청을 들었던것 같습니다 .
안경을 찾지 못할거 같았지만 .. 달리 갈데도 없었고 ..
저녁이 오자 ... 내가 타지 않은 전철을 볼때의 기분이 밀려왔습니다
불빛이 따스하게 창으로 새어나오고 저마다 어디로 가는
그 전철에 나는 빠져있고 ... 승강장에 그냥 홀로 서있는 ...

그렇게 추락하도록 마시고 싶지는 않습니다 . 하지만
때로는 그때로 돌아가서 공백의 상태로 왔던길을 돌아가보고
싶어지기도 할것 같습니다 .
2 . 18

606 . ..................................
MiracleBug

무정한 적막산중에도/작은 새 날아들고
새카만 흑밭에도/작은 꽃 피어나네
고난이 벗일지라도/희망이 님인 것을
홀로 가는 나그네도/작은 미소 베어있고
연분홍 소쩍새도/슬피 울진 아니한다
2 . 19

621 . 서울 신촌 오르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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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어떤 오르막길, 거칠은 시멘트 포장길에
가마니에 넣어 파는 자잘한 사과가 한가마에 천원이었나 그랬던
나 듣기에도 몹시 헐값이라
복사 트럭 모는 아버지에게 천원인가고 되물었던
그때는 겨울 낮이었는데
거기 큰고모네 집이 신촌 그 골목에 있었다

왜 서울에 올라갔었는지 친척 누구 결혼식이었는지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안나고
그날 엄마와 여동생은 어디에 있었는지도 기억 안나는데
아버지는 나만 혼자 고모네 집에 맡겨놓고 가고
꽃무늬가 점점 찍힌 벽지 반지하 단칸방에서
이때껏 엄마젖 만지는 버릇 하던 나는 밤중에
메리야스 속 키 큰 고모부 젖꼭지를 더듬었다고 했다
가난했던 서울 큰 고모네 신촌 집

아버지를 꼭 닮은 조그만 큰 고모는
딸애가 다섯살이나 되었을 때 결혼식을 올렸는데
내내 마스카라 번진 검은 눈물을 흘렸었지
식장 뒤에서 고모를 둘러싸고 선 우리집 할머니들도 괜히 같이 울었 지

그 골목인가 아닌가는 정말 모르는데 아마 아닐 것 같은데
오르막길 옆 높은 축대 위로 뻗친 검은 나무가 하나
동네 슈퍼 처마 밑에는 검고 굵게
눈썹같이 눈을 그린 붉은 돼지저금통이 뭔
팍 익어서 삭아 못먹는 열매나 같이 매달렸고
그 맞은편 식당 앞 프라스틱 화분에는
꽃 떨어진 대파가 한 포기 심어져 있다

나 그냥 올듯 올듯 비 안오는 늦겨울에
도둑영화나 보러 서울 신촌에 갔었다.
2 .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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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