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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 . 서해의 낙조를 보며
igahong

부여 출장
새벽같이 떠난덕에 의외로 업무가 일찍 마쳐지고
토요일 여름 한낮 12시..

대천항 여객선 터미널..
대합실 TV에선 북방한계선 남침속보가 숨가쁘고
아무섬하나 의미없이 정하고 승선

섬마다 돌아돌아 삽시도.
섬에내린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텅빈항구..

낙조 생각에 서쪽발길..
걸어 걸어 산등선 너머 갑자기 펼쳐진 수평선,
소나무숲에서 모처럼 할일없이 앉아 해는 지고.

갑자기 월드컵 3,4위전 생각에 마음이 바쁘고,
눈에 뜨는 민박집

텅빈 민박집 주인아저씨
축구시합 같이 볼 손님 왔다고 반기며
낮에 캐왔다며 내놓는 조개탕 한냄비,막소주 댓병,
시합은 무릎치는 가운데 끝나고, 소주병도 비워지고..

깨보니 해는 어느새 중천..
쓴 입맛에 나서니
바닷물은 저만치 도망가고 조개캐는 아낙네들 두엇.

텅 비었던 항구, 날 속이기 위한 엑스트라들..
어디선지 갑자기 나타나 북적거리고
또다시 텅빈 항구 뒤로하며 배는 떠나고.

어느덧 한편 낯설게 여겨지는 익숙한집,
어제가 일주일쯤으로 멀게 여겨지고
다시 아무생각없이 켜져있던 TV.

다시 다음날 아침.
생각지도 않던 보너스 휴일...
7 . 4

797 . 그사람 본적 있나요
tkhong

"안녕하십니까 .. 저는 한국 라이트급 참피온 김득구라고 합니다
저 .... 죄송하지만 ... 혹시 ....
미들급 동양 태평양 참피온 박종팔 선수 못보셨습니까 ...
보시면 ... 제가 찾더라고 좀 전해주십시요"


영화를 보면서 목 메이면 ... 우선 소주 생각이 난다 .
마침 좋은 술친구들을 만나서 ... 신시가지 광장 파란 의자에서
맥주를 마셨다 . 내놓은 테레비마다 ... 케이 리그를 중계하고 ...
이천수가 꼴을 넣자 ... 환호하는 술꾼들 ...

" " 속에 있는 대사는 다 아시겠지만 ... 영화 '참피온'에서
김선수가 아내가 될 여인에게 한 첫 말이었다 .
대사를 듣는 순간 눈시울이 왈칵 뜨거워졌다
지나라 영화를 보는 행복감을 어떻게 표현할수 있을까 ...

대사를 영어로 번역하면 아무 맛도 없을거고 ...
또 사람에 따라 세대에 따라 무덤덤한 기레빠시일 수도 있으리라 ..
그냥 ... 단 한장면 ... 떡 접시를 들고 .. 자신을 소개하던 ..
이제와서 아무런 의미도 없어진 ... 희미한 흔적 .. 그거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2002년 여름 ... 축구 열기속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 20년후 ... 이 광란을 어떻게 그려볼수
있을까 ... 20년전 ... 복싱열기는 ... 어떻게 이야기할까 ..

1989년 8월 . 목포행 밤기차 .. 무궁화호 ...
세개있는 좌석에 ... 당시 IBF 챔피온 가족이 잠자고
있는 모습을 봤었다 ... 이미 올림픽도 지나고 .. 복싱은 ..
사양길이었고 ... 세계챔프를 알아보는 사람도 거의 없고 ...

아내와 어린 아들과 나란히 잠든 ... 힘겨운 귀향길이었을까 ..
경량급 복서들은 체구가 작으니까 ... 더 피곤해보이고 ..
맞고 일어서온 남편 어깨를 베고 잠이든 아내의 표정 ...
... 이 하나의 프레임이 내가 기억하는 복싱의 에필로그이다 ..

그후 ... 필동 대한극장 앞에서 로드웍하는 그 선수를
한번 더 볼 수 있었다 . 땀을 쏟으며 ... 뛰어가는 ..
대중과 미디어에 한꺼번에 바람맞아가던 파이터들 ...



영화 '챔피언'은 ... 후반으로 가면서 집중해야할때 ..
새나가는 파열로 ... 안스러움이 있었지만 ... 만든이가 ..
'억수탕'부터 ... 잘 하던 '시간속에 흩어진 그림자 잡기'가
빛을 발하고 ... 남성적인 힘이 멋지게 보였다 ...

눈을 감으면 ... 영화에서 사운드트랙으로 쓰인 ...
'엠비시 스포츠' 배경음에 ... "야 .. 돌아! .. 그래 좋아"
따위 세컨드의 긴장한 소리들 ... 링바닥이 울리는 소리 ..
어두움속에서 들릴듯도 하다 ... 그러나 그런 향수를 넘어 ...

불꽃처럼 재빨리 잊혀져 가는 기억 저편에서 ....
문을 드르륵 열고 ... 남은게 없는 빈접시 공손히 들고 ...
21세기의 새로운 세대 앞에 ... 부끄럼과 긴장이 섞인채 ..
"안녕하십니까 ... 저는 라이트급 한국 참피온 ..."

그렇게 말하고 싶었을거 같다 .
주먹 하나로 꿈을 일구어 보려다 운명을 달리한 ...
이제는 잊혀진 복서는 ...
정말로 그랬을거 같다 ..
7 .12

800 . 02년6월7일 제주도 한켠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김성익

제주북국민학교
내가 어린날을 보냈던 초등학교.
학교건물의 낡아보이는 그 문구.
..꿈이 가득한 교실..
바글바글 바빴던 학교.
넘쳐나던 동무들. 오전반/오후반의 역동적인 몸짓들..
나를 꿈꾸게 하던 그 여자아이의 하교길의 모습.

..한학년에 채 3학급도 되지 않는 이제 분교가 되어있더라.

오늘은 거기에서 왼종일 앉아 있었다.
하얀 반바지에 "흙"이 묻는게 싫어서 니체를 깔아앉고 운동장의 적막을
응시한다. 쏟아지는 햇살, 조용한 운동장,지렁이를 채취하던 운동장
응달한켠,엉덩이 아래 깔린 비극의 탄생. 기묘한 앙상블.
친구에게 편지를 썼고..
나의 꿈을 늠름하게 지켜보아주던 거대한 느티나무 한그루 속에
한가로움과 함께, 칠성 사이다와 함께.

학교앞 조그만 1.5층 다락방달린 떡뽁이집은 우리의 은신처였다.
완장 찬 무서운 학교규율부 형들을 피해, 100원어치 떡뽁이를 호호불어
먹어가면서 마루치아라치책가방,실내화가방 던져놓고 쌓여있는 반공만화
책보면서 그때에 난 하하 잘 웃었다.
행복이 나와 함께 하던 그곳.
문이 잠겨있어서 옆 가게에 물어보니 할머니 편찮아서.. 아이들이
별로 안와서 몇달전부터 장사를 그만두셨다 한다.

디스플러스 한대를 가만히 피우면서 내주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놀이를 지켜본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이게 게임과 놀이만은 아닌 것 같다. 바로
내 가 "그때 했던" 제식의례였다. 나와 동형이다. 짜식들..
씨익 다른데보 면서 잠시 웃었다.
한마리 비둘기가 오래전에 죽었었나보다.
앙상히 남은 비둘기의 유골과 조금남은 깃털들..
이 여자아이 둘과 남자아이 셋은 열심히 그들만의 로직에 열중하면
서, 진지한 대화와 함께 작은 현무암들을 줏어모아서 비둘기고인돌을
쌓아간다.
그리고 마른 흙을 모아서 다시 그 빈칸을 "채우는" 것이었다.

함부로 미치지 말아라. 그냥 그렇게 스쳐지나가는게 좋을 것이다.
혼자 중얼거려본다.

제식의례의 관찰 후 1학년4반 선생님께 전화를 해 보았고 만나뵈었다.
20년만의 해후.
어색함과 설레임. 그다지 원치않았던, 하지만 예상되었던 상투적인
대화의 일차원성. 이걸 깨어버리기란 애초에 어려운 일이었다.
건재하심 에 대한 기쁨이 이번 트라이의 목적이었고 난 성공한 셈이었다.
선생님은 당시 삼십대 초반의 이혼녀였다.
우리 동무를 눈앞에서 스스럼없이 체육복으로 갈아입는 모습을
가슴졸 이면서 보며 어렴풋이 여성의 다름을 체험하였던 나의 눈앞에
초로의 여성이 귤먹기를 권하신다.
"성철이는 사시1차 패스하고, 음....는 얼마전에 잘 시집가고..
그 .. 는 ...음..."

"네..네..아주 잘 되었군요.선생님. 저도 열심히 지내야 할텐데요..."

10년전쯤에 돌아가실뻔 했다 하신다. 가슴이 철렁하고 있는데
머리수 술의 흉터를 직접보여주시면서 어떻게 나를 다시 보시게 될 수
있었는지의 여정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놓으신다. 뇌하수체인가 하는 일종의
통로에 기생충이 있었다고 한다.
뭐든지 기생충이 문제다. 기생하는 나쁜것들. 기생하지 마라.
징그러 운 기생하는 나쁜것들.



...아직도 그때 내가 난지, 그때라는게 있었긴 한건지, 무언가 잘못
돌아간게 아닌지, 난 잘 살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7 . 16

801 . [Re] 그사람 본적 있나요
김준호

저는 tkhong님처럼 시적으로 글은 못씁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이글 에 대해, 고 김득구에 대해 LYNYRD SKYNYRD라는 양아치 밴드의
FREE BIRD라는 20년을 들었어도, 가사는 씨파... 아직도 제목 언저리만
알아듯는 젖같은 노래를 LIVE CD로 들으며, 적겠습니다.

tkhong님이 보신 영화는 아직 못 봤어요.
그리고,앞으로도 안볼겁니 다.


저희집에는 TEC(TAIHAN ELECTRIC CABLE CO.,LTD.임. 약자 제대로
아는 사람 별로 없을것임.그리고,아직도 이 회사는 이 약자 쓰고 있슴.
단지 가전부문만 없어서 사람들 뇌리에서 없어졌지만, 지금은
통신/ 광 케이블 전문 업체임. 씨파 말 많네...)에서 나온 12인치(여기서
12 인치는 브라운관의 대각선 길이임.) 흑백 TV가 있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 또는 6학년 이었을거라 생각됩니다.(79 또는 80년)
그날 은 일요일 오전이었고, 장소는 미국 LA 또는 어디의 야외 특설링 이었고,
MBC 에서 생중계를 했었습니다. 저희집은 항상 일요일에는 늦게
아침을 먹었고,(전날 아버지께서 꼭 술을 드셨기 땜에) 아침국은
콩나물국이었죠. 아버지는 권투중계를 젖나게 좋아하셨죠.(나이먹어서
레슬링 중계를 좋아할순 없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기억에도 생생한
김성준/ 박찬희/김상현/박종팔/라경민(박종팔하고 졸라 라이벌 이었슴.
그리고, 지금도 나는 라경민이 더 세다고 생각함.)/장정구.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챔피언은 여기까지 입니다.(물론 박종팔하구 라경민은
동양 챔 피언으로 끝났슴)

하여간 그날의 실루엣이 아직도 흑백으로(씨파.. 칼라로 남을수가
없슴...) 남습니다.

라운드 시작종만 치면, 고 김득구는 마치 날 때려라 하고,머리를
들이 밀며, "레이 붐붐 맨시니"한테 뛰어갔죠. 타잔 빤쓰무늬 또는
표범무늬 같은 트렁크를 입은채. 그때, MBC 해설자는 씨파 김득구는 리치가
짧아서 졸라 파고 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말한것 같습니다. 씨파,
70년대/80년대 스포츠 해설자 새끼들은 축구지면 다리짧아 졌다고 하고,
(실지로 82년인가,83년인가 멕시코 청소년 축구 대회 예선 1차전
대 스코틀랜드(우리가 2:0으로 졌슴) 그 씨벌노므새끼는 공만 뺐기면
다리가 짧아서 뺐겼다고 해서,사춘기인 저에게 다리 길이 늘일수 있다는
말도 안되는 기구를 엄마돈 쎄배서 사게 했슴.) 권투지면
팔이 짧아 서 졌다고 하고 그랬습니다.그렇다고 김일 선수가 이기면
머리가 커서 이겼다고는 단한번도 안했습니다.

씨파,운명의 12횐가 13횐가 14횐가 15횐가 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TV 를 등지고 밥을 우겨넣고 있었고, 꼰대는 당연히 TV가 정면으로
보이게 밥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순간, 꼰대가 아~~~~ 하는 순간 저는
잽싸게 뒤를 돌아봤습니다. 꼰대는 김득구가 무지하게 뛰어나오는
것이 불안했던 모양입니다. 돌아본 순간 맨시니의 STRAIGHT가 김득구
안면을 강타하고, 진짜 김득구는 뒤로 대자로, 졸라 안멌있게 쭉 뻤었고,
그후로 못일어났습니다. 진짜로 못일어났습니다.(아시겠지만,아마
뇌사 상태 였을겁니다)

진짜 권투선수한테 맞아본 사람은 거의 없을겁니다. 저는 중3때
우리 양아치 학교의 권투부 한테(MOSQUITO 급 이었슴. 옛날에는 가장
가벼운 급이,특히 아마츄어에는 있었슴) 서로,장난치다가 주먹으로
좀세게 복부를 강타당한적이 있는데, 진짜 졸라 숨이 턱 막히더군요.
진짜, 쇠몽둥이로 맞는 기분이었습니다.
그이후로,권투중계만 보면, 아직도 그때 그 기분이 납니다.


이상이, 제 잔상속에 있는 고 김득구씨에 대한 기억입니다.
고 김득구씨가 영화에서 너무 싸고,가볍게,희극적으로 안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영화는 진짜 안볼겁니다.

고 김득구씨는 초등학교때 제 가슴속에 있는 진짜 영웅이었습니다.
7 . 16

801 . 포 더 굿타임 2
MacTR

'단 두사람만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이 얼마나 될까 ?'
가끔 생각해본다 . 누군가에게 영향받고 누구와 비교되고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면서
사랑이라는것에 이래저래 컬러가 스며들게 하지 않을까
만약 단 두사람만으로 사랑이 이루어진다면
대단히 많은 사랑이 지금과는 다른 결과가 되었으리라


산촌 . 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그곳만한 시골이 없었다
S네 집 - 그러니까 P의 처가집에서 보낸 열흘간은 꿈이었다
남자들만 있는 집 막내딸로 미소를 달고사는 귀여운 S의
남편과 친구 .... 그들은 대도시에서 온 귀빈이었다

하루에 여섯번 술상이 올라온다면 지금은 농담으로 들릴까
하여튼 그랬다 . 온갖 귀한 산나물에 갖잡은 고기에 술상이
끊이지 않고 교대되었다 . 술 시간 사이에는 천렵과 수영등
야생 어드벤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고추와 감자 농사가 주업이었고 ... 남정네들이 수확한걸
직접 내다파는 장사까지 하던 일을 열흘너머 완전히 손을 놓고
온식구들이 축제에 정성을 다 하였다 . 솔직히 우리가 ...
그처럼 환대를 받아본적이 있었던가


신랑은 야간고딩을 졸업한 건달이지 그 친구는 그나마 졸업도
못한 고삐리아니든가 . 그런데 부산의 귀퉁이 작은 섬이
그들에겐 꿈의 도시라서 비탈산촌을 벗어나게 해준 P는
왕자였고 나는 충실한 그 신하쯤으로 여기는것 같았다

뱀을 잡아서 칼칼한 막소주에 술을 담으며 축제 틈틈에도
S네 오빠들은 선물 준비에 여념이 었었다 . 낮이면 발가벗고
물놀이 밤이면 모닥불에 질펀한 술놀이 ... 가 지나가고
항구도시로 돌아왔다 . 나로서는 그로서 하나의 막이 내리고

암전의 기간이 있다 . 한동안 졸업과 입시로 그들을 잊고
살았던것이다 . 나중에 듣기로 신혼의 커플도 그 여행이
'기쁜 우리날'의 한 절정이었나보다 . 동거를 하면서


백수 P는 부모의 눈치만 살폈으니 고부간 균열에 손쓸
힘은 처음부터 없었고 무엇보다 .... 알콜중독이 심했던
시숙의 행패에도 속수무책이었다 . 비빌언덕이라곤 남편밖에
없었던 S에게 장애물만 하나씩 늘어가던 어느날 P는

방위병 근무를 시작했다 . 해변가 초소의 야간근무로 P가
출근하고 나면 기나긴 공포의 밤이 기다리고 있었다 .
원래 의미로 - '엽기' 시식구들의 압박은 미소만 달고살던
산골소녀를 공황상태로 몰아넣었지 않았을까 ....

산다는게 동전의 양면 같다고 하지만 우리는 애써
다른 한면은 안보고 살아가는거 아닐까 . 행복한 신혼부부 .
어느 봄밤 가게집 여닫이 문을 밀고 나오는 S를 보았다
언제나처럼 미소짓던 그녀가 창백해 보였던가 아마 ....

외등탓이라고 여겼을거다 . 반술에 취해서 집언덕길을
올라가며 부러운 넘 P 라고 중얼댔던게 ... 마지막이었다
여름이 막 시작하던 한낮에 선반위에 놔둔 컵이 떨어져
깨진것 같은 소식을 들었다 . 아주 짧은 이야기였다


'S가 극약을 먹었다 . 떠나갔다 '
그날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 Cont. ) .......
7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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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