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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 . 3월 앙갭
tkhong

작년 3월 초 ... 어느 아침 출근시간 전철 안에 ..
좀 이상한 여자아이 둘이 있었습니다 . 훤칠하고 멀쩡한데 ..
어이없이 큰 볼륨으로 떠들더니 .. 마침 나랑 같은 역에서
내리게 되었고 .. 딱 전철을 내리니까 .. 휘청거리는데 ..
만취해있더군요 ... 첨엔 부러웠습니다 . 얼마나 마셨길래 ..

"미친년아 .. 그러길래 내가 머랬냐 ..." 따위의 욕반
사랑 반의 우정어린 주정을 하는데 .. 출근하는 수많은 객들이
그들을 지나쳐갔지요 .. 나는 그 사람들 표정을 보며
나오는곳 - 지하도 출구를 두 터프걸과 엇비슷이
걸어갔습니다 . 조금만더 신경써서 보니까 ...

첨에 볼때랑 달리 ... 참 마니 망가져 있더군요 ..
지워진 화장 .. 끈떨어진 가방 .. 튿어져나간 재킷 ...
둘이서 계단 중간쯤에선 소리없이 울기까지 하더군요 ..
잠깐 서서 지켜보다 .. 구경꾼이 많아지면서 그냥 떠났습니다 .
그 아이들은 끝까지 어떤 시선도 다 외면하더군요

한 보름전에 ... 전날 밤새 마신 술이 덜 깬채 ..
전철역에서 내려 걸어나오는데 ... 정장을 단아하게 한
사람들이 꽃다발을 들고 끊임없이 걸어오더군요 ...
알딸~한 눈에 ... 그 사람들이 내 뒤에 있는 누군가를
축복하는거 같았는데 뒤에는 아무도 없었고 .. 그럼 나 ?

사실은 근처에 있는 대학 졸업식 날이었더군요 ..
그러고보면 ... 길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지나가지요 ..
어떤때는 비닐봉투처럼 무심히 흩날려 가지만
또 어떤때는 그들이 내게 다가오는것 같기도 하고 .. 또
어떤때는 .. 잊고있던 내가 지나가기도 하더군요

3월은 학기도 시작하고 ... 동네마다 조깅트랙에 사람들도
많아지는 계절이지요 .. 겨울 어느때 .. 가끔 ... 전화에서
3월에 봅시다 .. 라는 약속도 몇개쯤 있겠지요

작년 3월 그때 그 지하철역에서 모든게 피어날때 지쳐가던
아이들을 보면서 .. 채명랑의 '애정만세' 마지막이 떠오르더군요
사랑없는 성교후 새벽길을 걸어나오는데 .. 테니스장에서
공치는 소리가 울리지요 ... 그렇게 내가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어느날 어느곳에서 잘려버린 정서는 나랑 전혀 상관없이
떠돌다가 사라져버리겠지요

앙갭 트레인은 ... 밀려오는 사람들 틈새를
거슬러올라가며 ... 찌그러져가는 기분안에서 밝아오는 아침을
보고 싶기도 합니다 . 레몬빛 3월 아침처럼 ... 대책없는 물결에
별볼일 없는 마음하나 작은 네모로 잘라내서 담아보고 싶기도 하네요


소주랑 튀김을 먹고 있습니다 ..
오늘 첨 알았는데 .. 계란 튀김이 있군요 ...
노란 껍질안에 흰자 그안에 또 노른자가 있는것이
3월의 로고 같습니다 .
3 . 1

638 . 이사
루스 이 소니도스

이사를 왔는데요...
보통...그게...그리 낯설거나 ...머..특이한 일이 될 정도는 아니겠지 만..
우리 식구들에게는 아니었어요..
살고 있던 집은 할아버지가 40 여 년 전에 구기 터널 도로가
계곡이었 던 시절에 지으셨거든요..
아버지가 7 대 독자에 고모가 7명...증조 할머니 까지..
대가족이 살 던 집이라 꽤 컸습니다..
조부모님들 다 돌아가시고..아버지가 3,4 차례 수리를 하고..
고모들 시집 가고..아버지 돌아가시고...키우던 개들도 병 들거나..차 에 치거나..
도망가거나..대가족이 살던 큰 집인데..
사람 사는 소리 들 어 본지 오래 됐을 겁니다..이 집은..
최근 몇 년 간은 '누가 내 안에서 살긴 사나..' 싶었을 겁니다..이 집 은..
그런데..결국 집을 다시 짓기로 하고. 이사를 가게 됐네요..
그 엄청 난 짐들 탓에 엄두도 못냈었는데..
참 이상한 건요...우리가 별 다른 행동을 한 것고 아닌데..
(이사짐을 싼다던가..하는..) 우리 식구들의 마음이 이 집에서 떠나니..그 순간 부터 생기를 잃어 버린 것 같아 보이더군요... 이 집이..
희안해요...마음만 떠난 것 뿐인데....
이 집이 40 년간 간직했던 생기 가 싹 사라져 보인다니..
..아..참.. 그래도 .. 분명히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란 것이 오긴 오 는 군요...
이 집을 평생 안 떠날줄 알았는데...
세상의 모든 '것'들은 대부분 그 자신의 반대되는 개념을 껴안고 사 는 것 같아요.. 만남은 이별을 껴안고 살고..삶은 죽음을 껴안고 살 고..남자는 여자를 껴안고 살고..이사 가기 전에 태경 형님 한 번 초 대하려 했는데..잘 안되네요..
3 . 9

651 . 지난밤
image220

지난밤에는 과음으로 H의 집에서 신세를 졌었다.

'김장독'이라는 상호의 식당에서 김치를 넣은 부대찌개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무렵, (역시 김치가 맛있었다) 핀란드와의 평가전이 한창
이던 그 무렵부터 비는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들 중 아무도 우산을 가지고 온 사람이 없었다.
바로 그래서 인사동 한빛은행 앞 포장마차에 앉게 되었다.

스탠리 큐브릭을 많이 닮은 서양인이 화랑 사람들 같은 중년들과
앉 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일본어로 의사소통을 했다.
우리 들 가운데 두 여성은 먼저 집으로 갔고, 나머지 셋은 여관 이야기였 던가를
한참 하고 있었다. 누군가 춥다고 하여 난로불을 피우자, 마 차 안은 석유냄새로
가득찼다. 바닥은 점점 빗물로 덮였다.
그 바닥 에 K는 모자를 떨어뜨렸고 나는 펼친채로 스케치북을 떨어뜨렸다.
비 를 맞고 오줌을 싸러 두어번 다녀오기도 했다.
어느 한식집 처마 밑 에 서서, 바닥에 엎어진 빈 박스위에 오줌을 누었다.

손님이 우리 밖에 없을 무렵, 바람이 세차게 포장 사이로 들이닥쳤다.
천정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천막 귀퉁이에 받쳐둔 기둥 두 개가
땡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우리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천정을 받쳐들었다.

H의 집에서 우리는 맥주를 마신다고 외할머님이 해두신 갈비찜을 먹어버렸다.

H가 우스개소리를 했다. 난 내가 할머님을 모시고 산다고 생각하는 데,
할머님은 당신이 나를 데리고 사신다고 생각하시지.
그의 외할머 님은, 죄송스러워 이불을 뒤집어쓰느라 얼굴은 못뵈었지만
여든일곱 의 연세에도 세련된 멋쟁이시라고 손자가 말했다.
할머님 목소리가 그것을 증명했다.
아침에는 할머님 친구분들도 놀러와 계셨는데, 내가 문을 잠그고
웃 통을 벗은 모습으로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있을 때는
그, 두꺼비알 을 개구리알로 잘못알고 날로 삼키는 바람에
유명을 달리한 이에 대 해서 말씀들을 나누고 계셨다.
3 . 9

654 . 짧거나 황홀하거나
easychair

승강장이 여러개 있는 전철역에서 늦은밤이었다
신호판에는 마지막 차가 몇군데 앞 정류장을 지나온다고 했다
계단을 막 내려온 까만 반코트의 남자가 다가왔다 .
수원 갈려면 여기서 타나요 ? ...... ........ 아뇨

빤히 쳐다보는 남자 얼굴에 창백한 그림자 자락이 보였다
30초쯤 . 자판기에 커피가 채워지고 .
콜라 광고 하나가 날아가는 시간동안
마주보고 있다가 돌아서 걸어갔다 . 만취한 듯 그는
휘청대며 노란선 안쪽으로 아슬하게 승강장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나는 그가 다시 아무거나 물어주었으면 했다 .
1분쯤 . 이별하기엔 허무하고 . 재회하기엔 어색한 시간동안
서있던 그가 돌아서 계단을 올라갔다
불쑥 . 모든 짧은것은 황홀하다 ... 라는 카피가 튀어오르는데
건너편 승강장에 그가 다시 나타났다

우리가 서로 마주보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던
3분쯤 . 표현하기엔 부족하고 느끼기에는 넘치는 시간동안
한번도 다른데 시선을 두지 않았다 .
내가 성북행 전철에 막 탔을때 그는 입을 크게 벌렸다 .

나는 그가 필름이 끊겼으리라 믿는다
환각 또는 공백 속에서 나는 실루엣으로
생각 따위가 감히 미치지 못할 기억 너머의 존재로
어느 늦은밤 깊게 불탔던 사이로
허무 속의 빛이었으면 싶다


승강장에 남아있는 내 짧은 사랑을 위하여
3 . 23

656 . 밤바다 개구리
tkhong

술은 제법 취했었지만 환청을 들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개구리 소리를 들었다 . 두꺼비 또는 논 개구리 ...
바다에 왠 개구리일까 .. H 에게 전화를 하려다 말았다
곤히 자는 녀석 개구리땜에 깨울일이야 ..

담날 오후에 두군데 실치횟집을 들르면서
물어봐도 ... 전부 웃고 말았다
... 시상에 갯가에 개구리가 워딨댜 ...

어릴때 해운대에서 썰물에 사고 날뻔 한 이후로
바다를 한동안 무서워했었는데 ...
밤의 밀물은 맘 저 바닥에서 차오르는 것 같았다
메말라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
내게로 밀려온다는 고마움에 병나발 소주를 들이켰다

새까만 바다 . 빛이라고는 아무것도 없고
밀물이 갸날픈 소리를 내고 있었다 .
발 밑으로 하얀 선이 하나씩 그려지고 ...
누군가 어디에서 물의 자락을 미는것 같았다

빈 배에 올라갔다 . 미끈거리는 갑판 . 선실문을 여니
묵은 내음이 알싸했다
3월 바닷물은 시리게 차고 ... 달도 가려진 밤
발 묶인 배에서 한동안 혼자서 중얼거렸다

바다로 가는 이유는
너무 많이 잃고 사는구나 라고 아파해보고 ...
그나마 다 버리고 가자 라고 기대해 보려는거 아닐까 ..
그도 저도 시들해 깡술에 취한 밤

반쯤 끊긴 기억으로 배 아래에는 물이 많이 들어와있었다
밀물은 .... 섬칫하게도 존재의 느낌이 있었다
Someone says to my life tonight ....
노래를 불러보고 ... 내가 움직이면 개구리는 침묵했다


며칠째 술에 빠져있다 ... 정말 개구리는 없었던걸까 ...
내가 붙잡고 있는것들이 그렇게 부질없다 말하려고
논에서 개구리 한마리 파견나와 있었던걸까

종일 빈 사각 프레임에 ... 여자 아이 하나 지나가는
이미지만 만들어 놓고 .. 또 소주를 마시고 .. 전철역까지
걸어나갔다 .. 무심하고 재빨라 보이는 아이 둘이서
스치고 지나가다 뒤돌아봤다

제법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다
... 개구리가 있었어 .... 밤바다에
3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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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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