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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 . 키가 큰 회색 코트
easychair

가을이 온 지하철 안에
창백한 얼굴에 검은색 폴로티가 든 기디 가방
쥐색 사파리 모자가 든 책 . 내무덤에 침을 뱉아라
밀크커피 구두코에 묻은 마른 흙

스코티쉬 체크 숄을 두른 인디언 눈동자
할아버지 안경테에 빨간 실
잘구운 보리빵 손끝에 재분홍 메니큐어
군용 카고팬츠의 귀에 리시버

나비부인이 떠나는 아리아
착각하고 미리 들어온 단풍잎 두개
마로니에 광장의 쪽빛 찬바람


한적한 정류장에서 탄
아주 키가 큰 회색 코트
까만 연필 바지 은빛 필통 구두
시월말의 속눈썹


시간의 흐름에 졸음

........
지하철역앞에서 파는 만두 먹고 싶어
9 . 16

864 . 알란 스미시...
H

형이 충무로 역에 관해 쓴 거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알란 스미시

*알란 스미시는 제작자의 압력에 연출권을 포기한 감독이 자신의 이름
을 크레딧에 올리기를 거부할 때 그것을 대신하기 위해 미국감독협회
가 마련한 공식적인 익명입니당...

1
"오늘의 마지막 열차인 수서행 열차가 20분 뒤에 당 역을 지날 예정입
니다." 마지막 전철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텅 빈 승강장에 울린다. 이
곳에 이렇게 넋 놓고 앉아 있은 지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지금이 도대
체 몇시 몇분이냐며 몹시 흥분하던 사진기자도 결국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역시 장난 전화였나? 아니면 내가 잘못 들었나?' 기억을 더
듬어 며칠 전에 받은 전화 내용을 되짚어본다.

"안녕하세요. '본격 난폭 미스터리'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를 창
립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버텨라 픽쳐스입니다. 이번 금요일에 충무로
역 촬영현장을 공개하니까 꼭 참석해주세요." 팩스 한 장과 함께 날아
든 전화 한 통. 영화사도, 제목도 생소하기만 한 작품이었다. 더욱 황
당했던 것은 수화기 반대편의 여자가 그렇게 자기 용건만 말하곤 곧바
로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얼마 안 가 엎어지는 쪽으로 진로를 돌
릴 것 같은, 관심을 딱 끊게 만드는 영화다. 나만 달랑 이곳에 온 걸
로 보아 그 전화를 받은 다른 기자들은 그냥 무시해버린 것이 틀림없
다. 당연하다. 나도 그랬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곳에서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것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그녀가 덧붙인 한 마디 말 때문이
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전설의 마에스트로 알란 스미시 감독의 충
무로 입성작입니다."

가만, 알란 스미시라고? 할리우드에서 제작사의 압력에 못 이겨 감독
이 영화를 포기할 때면, "츄파, 츄파, 츄파,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
께 나타난다는 그 알란 스미시? 외부적인 사정으로 애초의 의도와 달
라진 영화에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기 X팔려할 때면, "내가 너의
이름이 되어주지"하며 어김없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는 바로 그 알
란 스미시? 할리우드의 해결사 혹은 하이에나로 불리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그 베일 속의 감독이 지
금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이건 정말 특종이다.
물론 덜컥 믿어버리기엔 수상쩍은 부분이 많았지만 결국 확인할 방법
은 촬영장에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2.
11시 50분. 11시 57분에 지나갈 막차 한 대만을 남겨둔 충무로 역에
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장난에 된 통 당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돌아가기에도 늦어버린 시간. 일단 막차가 들
어올 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하고 심심풀이로 가져온 책에 고개를 묻었
다.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어깨를 타고 익숙하지 않은 말소리가 들
려왔다. "Is this Ed's bio, isn't it?"(아니 그거 에드 우드의 자서
전 아닌가?) 영어다! 설마, 나에게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하며 바
짝 긴장해서 고개를 돌렸다. 50대 즈음의 외국인 아저씨가 말똥말똥
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Pardon?"(에?) 했더니- 내가 보고
있던 책을 가리키며 옆에 앉는다. 「할리우드에서의 악전고투
Hollywood Rat Race」, 에드 우드가 쓴 자서전이었다. 어랍쇼? 내가
지금까지 영문책을 보고 있었나?

"에드 우드, 정말 멋진 감독이지. 나와 유일하게 영화적 세계를 공유
하는 친구였어..." 그는 혼자 회상에 젖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다시 정색을 하고 나를 향해 묻는다. "그런데 여기 카메라랑
조명기 들고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못 봤나?" "어 그러니까... 저도
그런 사람들을 찾고 있는데 말이죠..." 잉글리시 페이션트에게 이 얼
마나 잔혹한 고문이란 말인가. 혀는 딱딱하게 굳고 이마에선 진땀이
흘렀다. 예상치 않았던 상황이 소나기 펀치처럼 이어지고 그의 잉글리
시는 나를 완전히 코너로 몰았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없이 자기 이야
기만 계속 했다. "이거 참, 촬영장은 여기가 맞는데 말야... 이거 감
독보다 스태프들이 늦게 와도 되는 건가?" 뭐 감독? 그렇다면 혹시 알
란 스미시? 바보 같이 들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내 말을 듣더니 얼굴이 환해지며 "알고 있었나?"는
식으로 어깨에 힘을 준다. 설마~!

3.
그의 얼굴은 도무지 정확하게 묘사하기가 힘들었다. 아이리시 계열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떻게 보면 이탈리아 쪽인 것 같고 또 어떻게 보
면 동구권 느낌도 났다. 머리칼도 처음엔 갈색에 흰머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았는데 다른 쪽에서 빛을 받으면 금발로 보였다. 가장 신기한 것
은 내가 잠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라도 하면 어느 새 눈앞에서
사라져 반대편에 앉아 있거나 아지랑이처럼 흐물흐물 상이 흔들리는
착시를 느끼게 한다는 거다. 이걸 존재감이 없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신출귀몰 하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나는 그가 정말 알란 스미시가 맞
는지 확인하고자 신상에 관한 이야기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1955년에 태어나 13살 때 이미 「페이드 인」이라는 TV영화로 데뷔한
(그는 이것은 스필버그보다도 앞서는 최연소 감독 데뷔 기록임을 강조
한다), 그는 그 이듬해인 1969년, 돈 시겔에 의해 발탁되어 <죽음의
건파이터>로 영화계에 입문하였다고 한다. 그 뒤 자신을 부르는 곳이
면 마다하는 법이 없이 달려갔고 데이빗 린치와 데니스 호퍼, 마이클
만과 같은 감독들도 문제에 봉착하면 그에게 도움을 청했단다. 특히
데이빗 린치에 대한 그의 기억은 각별했다. "내가 데이빗을 처음 만났
을 때가… 그러니까 그가 <듄>을 만들고 있을 때였지. 그때 그 친구
는 내가 보기엔 초짜였어. 똑똑한 것 같기는 한데 고집도 세고 무엇보
다도 융통성이 없었어. 영화사에서 137분짜리 영화를 190분으로 늘린
TV버전을 만들려고 했는데 데이빗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었지. 그래
서 내가 편집을 해줬어. 삽화를 삽입하고 내레이션을 때려서 오프닝
을 주야장창 늘리고, 찍어놓은 쇼트의 앞뒤를 조금씩 늘려서 다시 붙
였지. 데이빗은 영화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더라구. 그러면서 '이 버
전은 알란, 당신 이름으로 나가야 돼' 하더군. 내 천재성에 기가 죽
은 거지. 그 뒤에 「트윈픽스」를 찍을 때도 한번 도와줬어. 요즘엔
도통 연락을 못하고 살지만 그가 장성한 걸 보면 마음이 뿌듯해." 알
란 스미시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와 대조해볼 때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단정지을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아니, 워낙 비밀스
러운 인물이라 그가 허풍을 떤다 해도 나로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게 보다 정확하겠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산전수전, 호한마마 다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이었지만 후회는 없다
네. 1997년에는 나에 관한 영화까지 만들어졌으니 영화계에 끼친 나
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을게야. 아서 힐러 감독의 <
알란 스미시 필름 An Alan Smithee Film: Burn Hollywood Burn!>이라
고... 물론 알고 있겠지? 모른다고..? 으흠... 이런 무심한 반응의 소
유자 같으니라구. 실베스타 스탤론, 라이언 오닐, 성룡, 나오미 캠벨
등등의 초호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 나나? 안 난다고? (잠시 낙담하
는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명랑하게) 뭐, 괜찮아 자주 겪는 일이니
까. 하여간 말야, 아서가 찾아와서 어차피 나에 관한 영화인데 내가
마무리를 해주면 영광이겠다며 조르는 거야. 그래서 마지못해 내가 편
집을 해줬어. 이 영화가 래즈배리상에서 몇 개 부문을 수상했는지 아
나? 자그마치 5개 부문을 석권했지. 내 작품들은 거의 모두가 그렇게
monster-piece의 반열에 올라 있다네. 음하하하하-" 다찌마와 리를 연
상시키는 그의 호방한 웃음이 동굴처럼 벽면을 꾸민 승강장을 뒤흔들
었다. 무협지 형 웃음을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서양인이
또 있을까? 그리고 최악의 영화를 뽑는 래즈배리상을 싹쓸이했다고 이
렇게 뿌듯해할 감독이 또 있을까?

4.
일단 나는 그를 알란 스미시라고 믿어주기로 했다. 그렇지만 역시 풀
리지 않는 의문은 남아 있었다. 요컨대 미국감독협회에 고용된 해결
사 감독이 왜 갑자기 한국에서 영화를 찍으려 하는 걸까 하는 거다.
이 질문을 던지자 갑자기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의 침묵 뒤에 그
는 아주 어렵게 입을 떼었다. "실은 나 최근에 할리우드에서 강제퇴
출 당했어. 월터 힐이 손을 놓은 <수퍼노바>의 뒤처리를 맡을 예정이
었는데 감독협회에서 나보고 이제는 감각이 떨어진 퇴물이라는 거야.
그러더니 토마스 리라는, 이름도 못 들어보던 햇병아리에게 작품을 맡
겼지. 그러고는 내가 죽었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렸다구. 제기랄! 난
연출뿐만 아니라 촬영, 음악, 편집, 프로덕션 디자인, 심지어 연기까
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팔방미인인데 말야.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자
고로 감독이라면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어야지 특정 장르만 편식하
는 건 무능하다는 소리밖에 안 돼. 호러면 호러, 액션이면 액션, 느와
르면 느와르 내가 안 해본 장르가 어딨냐고? 어디 그뿐인가? 영화,
TV, 뮤직비디오 가리지 않고 딱 부러지게 일을 처리하잖아. 사람들은
내 영화에 일관된 스타일이 없다고 하는데 건 몰라서 하는 말이야.
내 영화는 전부가 허술하고 분균질하고 지루하고 황당하다고. 이 정도
면 작가주의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그는 자신의 퇴출이, 찰리 채
플린, 오슨 웰즈, 존 베리, 줄스 다신 등이 빨갱이로 몰려 할리우드에
서 쫓겨나야 했던 60년대 매카시 광풍 이후 최고로 추잡한 사건이라
며 열을 냈다.

"아무튼 난 이 뛰어난 능력을 아직 썩힐 때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
지. 한국영화는 최근 성장이 놀라운데다가 할리우드를 모델로 하는 영
화들도 많다고 들었어. 그래서 몇 편을 찾아 봤는데 내 구미에 딱 맞
는 영화들이 있더라구. 예를 들면-(그가 침을 튀기며 칭찬한 영화들
은, 혹시 좌절할 지도 모르는 당사자들을 위해 오프레코드 한다) 등등
은 내가 마무릴 했으면 화룡점정이 되었을 영화들이지. 그래서 한국
에 오기로 결심을 굳혔지. 일종의 영화 용병이라고 할까? 잘한 일이라
고 생각해. 사실 미국은 지난해 뉴욕테러 이후 더욱 살기가 힘들어졌
거든. 어디 가나 검문검색에 아이디 카드 소지해야 되고…. 그건 나
같이 익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떠나서 생계까지 위협
받게 되는 셈이니까."

그것이 그가 한국에서 제2의 영화인생을 시작하게 된 사연의 전모였
다. 그런데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라니? 2라면 1편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기자 생활 몇 년 동안 그런 제목의 영화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실은 1편은 없어. 그냥 2라고 붙였지. 그
러면 전편이 성공해서 속편을 찍는 인기 시리즈처럼 느껴지잖아. '1편
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보기엔 언제나 속편이 훨씬 뛰어나더군. 내가 꼭 <새 2>나
<헬레이저 4>를 찍었다고 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야."

그의 이야기는 자기 영화처럼 장황한 데다가 걸핏하면 삼천포로 빠져
들기 일쑤여서 그의 이야기 속에서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의 줄
거리를 간추리는 데에는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했다. 어찌되었건 결
론적으로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는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품
고 상경하여 충무로에 둥지를 틀었던 청년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결국 영등포의 조폭 조직인 "대박파"에 들어가 활약하면서 돈을
긁어모으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5.
그의 이야기는 이제 할리우드에 대한 자신의 근심과 한탄을 거쳐 무작
위 감상평으로 이어졌다. "자자 빙크스, 그 친구 <스타워즈 에피소드 1>
에서는 정말 연기 죽였는데 루카스는 왜 <클론의 습격>에서 그의 역
할을 대폭 축소했는지 모르겠어. 장래가 촉망되는 배우였는데 안타까
워. 드로이드들의 떼거리 연기도 줄어서 아쉬웠어. 그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와 많이 닮았거든. 아놀드는 <엔
드 오브 데이즈>와 <여섯 번째 날>에서 노익장을 과시했지. 언제나 초
지일관의 연기를 하는 배우지. <배틀필드>는 내가 보기에 90년대 최고
의 영화야. 존 트라볼타와 포레스트 휘태커의 연기는 정말 오금이 저
릴 정도라구. 난 그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어. 여배우로는 <스트립 티즈>,
<패션 오브 마인드>의 데미 무어와 <글로리아>에서 샤론 스톤
이 보여준 연기가 좋았지. 배리 소넨필드는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
의 어리숙함을 보고 대성할 감독이라고 주목했었는데 이번 <맨 인 블 랙 2>를
보니까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는 우연이었던 것 같더라구.
반면에 마이클 베이는 꾸준해. <아마겟돈>과 <진주만>은 정말 대단했
어. 개인적으로는 <진주만>의 경우 한 50분 정도 더 늘렸으면 훨씬 지
루한 게 좋았을 것 같아." 시간이 갈수록 그는 흥이 나서 목소리를 높
였지만 나는 가치관의 혼란을 느끼며 신음 소리를 높였다.

6.
"감독님, 촬영 준비 끝났습니다."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의 스태
프들이 그를 부르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이 갑작스러운 아노미적 충
격을 이겨내지 못한 채 충무로 역을 배회하는 정신나간 행려가 되었
을 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멈추고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 틈에 도착했
는지 '본격 난폭 미스터리,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라는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영화 스태프들이 분주히 기자재들을 옮기고 있었
다. 알란 스미시는 이제 작업을 해야겠다며 총총총 감독 의자가 마련
된 곳으로 옮겨갔다. 나는 뒤에서 영화의 촬영을 지켜보았다. 충무로
역에서 노숙하던 소년이 흥행 모기의 등쌀에 이리저리 쫓겨다니는 스
펙터클하면서도 처절한 장면이었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몸을 던지
는 소년의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흥행 모기떼가 스쳐 지나가고 스태
디캠은 다이나믹하게 그 모습을 잡는다. 소년은 달리고 모기떼는 쫓아
오고 그 뒤를 카메라와 스태프들이 따라간다. 나도 그들을 쫓았지만 3
호선과 4호선 환승로 어딘가에서 그만 놓치고 말았다.

사라진 촬영팀을 찾아 얼마를 헤맸을까? "아저씨, 이제 지하철 없거든
요. 나가셔야 돼요"하며 열쇠 꾸러미를 든 역무원이 주위를 두리번거
리던 나에게 다가왔다. "어? 아저씨 지금 여기서 영화촬영중이잖아
요. 전 촬영팀 취재왔거든요." "무슨 소리예요. 빨리 나가세요." 역무
원은 피곤한 듯이 나를 밀쳐낸다. "아저씨, 여기서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
아, 그러니까 좀 전까지 함께 있었다구요." 역 밖으로
나를 밀어내고 철장을 내린 역무원은 측은하다는 듯이 힐끔 눈길을 흘
리고는, 대구도 안 하고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7.
과연 나는 그날 알란 스미시를 만났던 것일까? 여기저기 수소문을 해
봤지만 그런 사실은 확인할 수 없었다. <영등포로 진로를 돌려라 2>라
는 영화나 버텨라 픽쳐스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때 역무원이 나를
역 바깥으로 쫓아낸 시각이 12시 5분이었으니, 대략 20분 사이에 그
모든 사건이 일어났단 소린데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던져진 퍼즐
들을 꿰맞춰 보면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보았
다.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캐리 그랜트가 조지 캐플란
이라는 비밀 첩보원으로 오해를 받아 쫓기게 되는 이야기인데? 하지
만 이 영화에서 조지 캐플란은 사실 미국 정보 당국에 의해 만들어진
가공의 첩보원이다. 히치콕은 이것이 이 영화 최고의 맥거핀이라고 말
했다. 사실 알란 스미시도 미국감독협회가 만든 가공의 감독이다. 그
러면 난 왜 알란 스미시라는 할리우드의 맥거핀을 그 날 그곳에서 쫓
았던 것일까? 그러나 생각은 거기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난 그
날 어떤 이름의 덫에 빠져든 것일까? 모든 건 여전히 미궁 속, 환상특
급에서나 가능한 일일 게다.

부록!!

알란 스미시가 뽑은 80년대 걸작들!
80년대 걸작이라는 타이틀에 절대로 기대할 필요 없음. 알란 스미시
가 뽑은 영화들이니까. 사실 알란 스미시가 침을 튀기며 이야기한 영
화들의 대부분은 도무지 동의할 수가 없는 작품들이었다. 그러한 작품
들을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불면증이나 가학증 환자
가 아니라면 그다지 환영할 만한 작품이 아닐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무수하게 나열한 작품들에서 나와 의견일치를 본 몇 편
의 영화들만을 조심스럽게 뽑았다. 알란 스미시에게는 걸작이고 나에
게는 개인적인 걸트인 다섯 편의 허허실실 영화들(주의: 여기에는 개
인적인 편견과 향수에 기초한 과장이 다분히 묻어있으니 선택은 전적
으로 당신에게 달렸음).

1. <하워드 덕 Howard the Duck>(1986)
감독: 윌라드 휴익/ 출연: 리 톰슨, 제프리 존스, 팀 로빈스,
에드 게 일/ 국내 비디오 출시, DVD 미출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의 외계 행성에서 TV를 즐기던 오리 하워드가 지구
로 떨어져 어여쁜 소녀(리 톰슨)와 각종 모험 끝에 지구를 구하는 내
용의 모험극.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제작비에 원작이 마블 코믹스의
인기 만화라 기대를 모았지만 개봉했을 때는 관객들의 감정이입을 끌
어내지 못해(마지막에는 오리와 리 톰슨의 배드신까지 나오니 관객들
의 반응은 황당함을 넘어서 수간의 불쾌함까지 느꼈는지도?) 완전히
실패한 재난영화다. 윌라드 휴익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현장
에서 매거폰을 잡지 못했고 제작 당시 소문이 돌았던 2편
<오리별로 의 귀환 Return to Duckworld>은 백지화되었으니 그 실패의 파장이 얼
마나 컸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백 투 더 퓨처>
나 <구니스>처럼 단순명료한 어드벤처 플롯에 엔딩을 장식하는 로큰
롤 공연까지, 80년대의 전형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행복해할
수 있음. 전체적으로는 유아적인데 리 톰슨의 속옷 장면이나 성적인
농담이 예사롭지 않은, 출신성분이 수상한 영화(팀 로빈스의 띨띨한
연기는 지금 보면 좀 안쓰럽게 느껴진다). 「모여라 꿈동산」의 인형
옷보다 약간 더 정교하게 움직이는 오리들이 인간들의 문화생활을 풍
자하는 외계 행성의 이모저모는 사실 팀 버튼이 <혹성탈출>에서 보여
준 유머와 그리 다를 게 없지 않나?

2. <헬레이저 2 Hellbound: Hellraiser II >(1988)
감독: 토니 랜달/ 출연: 클레어 히긴스, 애쉴리 로렌스, 케네스 크랜 햄,
이모겐 부어만/ 국내 비디오 출시, 국내 DVD 출시

사람들은 원작자인 크라이브 바커가 고군분투한 <헬레이저>가 이 모던
호러 영화의 최고라고 입을 모으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음침함에
스플래터에 가까운 엽기발랄함이 가해진 <헬레이저 2>는 개인적으로
는 더 매력적이다(알란 스미시는 자기가 연출한 <헬레이저 4>가 최고
라고 말했지만 -.-;). 선과 악, 빛과 어둠을 애셔의 그림을 통해 표상
화한 것도 흥미롭고 무엇보다도 폭주하는 미치광이 과학자는 핀헤드
를 압도한다. 영화 속의 광기가 영화의 플롯 자체까지 잡아먹은 그야
말로 혼돈과 아노미의 영화. 물론 그래서 졸작으로 외면당했겠지만...

3. <나이트메어 3 A Nightmare On Elm Street 3: Dream Warriors>
(1987)
감독: 척 러셀/ 출연: 헤더 랑겐캠프, 크레이그 와슨, 패트리시아 아 퀘트,
로버트 앵글룬트/ 국내 비디오 출시, DVD 미출시(코드 1 출시)

알란 스미시는 "전편을 완전히 묵사발로 만든 미스 프롯의 최고봉"이
라며 <나이트메어 2>가 이 시리즈의 걸작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로서는
그에 동의할 용기가 없다. 대신에 그가 두 번째로 뽑는 <나이트메어 3>가
나에게는 이 시리즈의 감춰진 수작임에는 동의한다. 사실 개인적
으로는 래리 할렌의 <나이트메어 4>가 왜 이 영화보다 높게 평가받는
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척 러셀은 2편의 이상한 전개로 인해 완전
히 사장될 뻔한 '나이트메어 시리즈'를 본 궤도에 올리고 이정표를 정
확하게 제시한 숨은 공로자이다(만화적인 구성이 호러라는 코드와 뒤
섞이는 것도 독특하다). 척 러셀은 이때가 전성기였다는 생각이 든
다. 다음해에 발표한 <우주생명체 블롭>도 B급 영화의 매력이 솔솔 풍
기는 작품이다(특히 하수구에서의 사투는 베네치오 델 토로가
<블레이 드 2>에 그대로 가져다 쓴 듯한 혐의마저 느껴진다).

4. <스테이튠 Stay Tuned>(1992)
감독: 피터 하이암스/ 출연: 존 리터, 팜 다우버, 제프리 존스,
데이 빗 톰, 헤더 맥콤/ 국내 비디오 출시, DVD 미출시(코드 1 출시)

알란 스미시가 그토록 좋아하는 피터 하이암스. 연출과 촬영을 함께
병행하는 할리우드에서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2001: 우주 오딧세이>
의 속편인 <2010 우주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 시절 피터 하이암스
의 장기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평행하게 진행시키다가 하나
로 모으면서 결말의 극적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스테이튠>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케이블 시대의 로렐과 하디 식 슬랩스틱 영화다. 웨
스 크레이븐의 <영혼의 목걸이>를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이 산만한 코
미디 영화도 즐겁게 볼 수 있을 듯.

5. <라비린스 Labyrinth>(1986)
감독: 짐 헨슨/ 출연: 데이빗 보위, 제니퍼 코넬리, 토비 프라우드,
셸리 톰슨/ 국내 비디오 출시, DVD 미출시(코드 1출시)

「오즈의 마법사」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뒤섞은 판타지 영
화. 「세사미 스트리트」의 퍼펫 연출가인 짐 헨슨이 감독한 영화인만
큼 <하워드 덕> 못지 않게 정감 넘치는 구닥다리 인형 캐릭터들(특히
귀엽기 그지 없는 고블린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제작규모는 메이저
급이지만 이야기는 엄밸런스하게 TV 어린이 드라마 수준. 80년대 널
리 유행하던 뮤직비디오 시퀀스도 여지없이 등장한다(주인공은 데이
빗 보위다!). 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봤다면 리들리 스코트의 최고
졸작 중 한 편으로 꼽히는 <레전드 Legend>도 은근슬쩍 추천한다. 톰
크루즈가 미소년 요정으로 나오는 순정 취향의 판타지 동화다.
<네버 엔딩 스토리>나 <라비린스> <레전드>는 80년대 유행하던 솜사탕 판타
지로 지금의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 포터>의 외삼촌쯤 된다고 할
수 있을 듯...
9 . 16

869 . 부드러운 아쉬움
tkhong

그저께밤 . 마지막 상영 영화를 보고 종각역 승강장 .
극장에서 들고온 무가지를 보고 있는데 ... 문득 ...
내 옆 뒤에 쪼그리고 앉아 잠이든 여성이 보였다 .
여자의 쪼그림 - 영화 '완령옥'에 있었지 ...

잠시 난감했다 . 가끔 순환선에서 한없이 졸고있는
여자를 보고 ... 시간이 아주 늦었을때 .. 깨워야할까 ... 그런 ..
근처에 누가 나섰으면 했는데 ... 모두 대화와 핸폰에 열중이고 ..
그러고보니 노란선에 선 사람중 내가 젤로 연장자 같았다



"오늘 수원행 막차가 들어옵니다" 라고 방송이 나오고 ...
망설이다 ... 다가가서 어깨를 탁탁 쳤다 . 일어나요 ...
반응이 없어서 좀 세게 치니까 고개를 들고 ... 가늘게 웃었다
그 미소를 보고 난 돌아섰다 ... 등 뒤에서 ..
여기가 어디에요 .. 라고 했던가 ..

돌아서서 정색을 하고 .. "이 차가 수원행 막차래요" 라고 했다
그러고 차가 들어오고 올라탔는데 .... 그 여성 .. 여자아이가
내 옆에 섰다 . 난 무가지를 건성으로 보고 있었고 ...
여자애는 손잡이를 두손으로 쥐고 있는 있었다


얼마쯤 가다 내 앞자리가 나길래 ... 책으로 어깨를 탁탁 치고는
자리에 앉으라고 턱짓을 하니 ... 고개를 흔들었다 .
그리고 또 얼마쯤 가고나서 그녀는 사라졌다 .

집 근처까지 오면서 희한하게 술 취한 여성이 그리고도 두번 더
스치고 지나갔다 . 그리고 집 앞에서 드디어 내가 마셨다 .
마시면서 후회스러웠다 . 왜 그 아이에게 ... 괜챦냐 .. 라던가 ..
먼가 따뜻한 이야기 한마디도 못해줬을까 ....



나란 인간이 ... 술 안마시고 여자와 마주한적도 드물고 ...
한때는 여자에게 술 파는걸 직업으로 삼았던 적도 있었는데 ...
내가 권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던 여성도 ... 어딘가에서
괴롭게 졸고 있었을까 ... 가을바람 .....

그 여자애는 내가 깨웠을때 떨어트린 핸폰을 제대로 집지
못하고 있었다 . 술마시고 선잠을 깼을때의 지랄맞음을 잘 알면서
술 취한다는건 ... 나와 동류란 이야기이고 우리는 같은 서클에
포함될 수도 있는 사이였는데 ... 미안했다



아마 내가 그 아이를 이성으로 느껴서였을까 ...
이 대목에서 한잔 .... 부끄러웠다 . 술이 취해서 눈을 떴는데
안 취한 사람을 봐야 했을때 ... 나오는 미소 ...
존재의 취약함에 줄 끊어진 풍선같은 표정에 ... 그랬다면

이성으로 파악된 대상에게 생긴 공기벽으로 ... 내숭떨었다면 ..
또 한잔 ... 그러지말자 ... 부드러워질 수는 없더라도
벽은 없어야지 ...

영겁의 승강장에서 스친 그녀 ..
잘 들어갔겠지 ...

술에 잠들지 맙시다
9 . 18

877 . 포 더 굿타임 4
MacTR

원인 모를 미움과 회피, 어거지 ... 따위가 겹치면서 천막 초상
기간은 오래갔다 . S의 전생애를 둘러보아도 다녀갈 문상객이라곤
빤했는데 썰렁한 빈소에 비 떨어지는 소리만 요란하던 곳에
객들이 하나둘 빠져 나가고 절망적으로 적막하던 며칠후
S는 화장터로 옮겨졌다 .

훨훨 타는 불을 힐끗 보다가 그 속에서 선연한 그림자 같은
막걸리에 찌든 환영을 보았던가 . 조물대는 졸음속에
작년 강원도 깊은 산골 S의 아버지가 떠올랐다 .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꼭두새벽에 일어나면 사발 가득히
막소주를 따라서 한잔 쭉 들이키고 푸른 대추 한알로 입을
씼으시던 그 모습 . 그리고 집 뒤 텃밭에서 흠- 큰 헛기침하던

그 신선처럼 우렁차던 기상이 요정같은 외동딸의 넋을
지켜주려던 것이었을까 . 숲과 강을 뛰어다니던 영혼이
왜소하게 복닥대는 항구도시에서 왔던 곳으로 돌아가던 것이었을까



유골함을 든 P와 부산역 앞으로 왔다 .
그는 사랑이 시작되었던 지나간 장소들을 순례하고 싶어했다
태양다방에 들어갔다 . 초여름의 들뜬 젊음들 속으로
까만 양복에 하얀 함을 든 우리가 새처럼 자리에 앉았고
P는 신청곡을 적어냈다 . 폴 앙카의 크레이지 러브

P는 삐죽삐죽 하염없이 울었다 .
강렬한 락 사운드로 흥청이는 홀에 영화처럼 울고있는 남자
해프닝으로 봐도 할 수 없었다 . 시선이 더러워 밖으로 나와
몇병의 소주를 비워내고 이번에는 광안리로 갔다

해수욕객들이 해변의 오후를 보내고 있는 그 시간
우리는 보트를 빌려타고 바다로 저어갔다 .
철저히 옛사랑이 머물던 곳이어야 했기에 깊지 않은 바다
물보라 튀기며 수영에 열중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P는 하얀 재를 뿌렸다



누군가 그날 해수욕을 하다가 양복입고 보트탄 남자들이
뿌리는 가루 세례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
술취한 우리는 슬펐고 삶이란 그다지 경계가 없는것 아니겠는가
우리는 그리고 에덴공원으로 갔다

기억할 자도 없겠지만 그 시절 솔밭사이 구름다리 그 난향에 갔다
조개탕에 소주를 마시며 이번엔 내가 신청곡을 적어냈다
노래가 나오자 P가 무슨 노래냐 물어봤다 .
포 더 굿타임 . 약간의 가사쪼가리 이야기도 곁들이자
P는 줄줄 울었다 . 나도 눈물이 나왔다

난향을 나와 을숙도로 걸어오니 갈대밭에 석양이 지고 있었다
P는 남아있던 재를 그 곳에 뿌렸다
그 곳에서 우리는 그날 좀 오래도록 서 있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하나의 시간은 끝나버린다
대형 락 해방구이던 태양다방은 늙은 찻집으로 변했고
광안리에는 더이상 해수욕을 하지 않고
에덴공원은 아파트 단지로 변했다 .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어느 여름날의 며칠간
어떤 이야기 하나가 바람에 흩어져 날아갔다
유치하겠지만 어쩌겠는가 . 그게 우리 젊음이었던걸

포더 굿타임이란 노래가 나오면 한숨과 웃음과 때론 목이 메인다
아주 뜨거웠던 날 까만 양복에 줄곧 울고있던 한남자와
깊은숲 강가에 흘러다닐 요정의 빛을 기억하며 ...

레이 유어 헤드 어폰 마이 필로우 .......


끝 . 감사합니다
9 . 24

881 . 거긴 지금 몇시야
tkhong

p to p 를 열어 놓고 있다가 ... 고맙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전에도 그런적이 있었는데 ... 그냥 켜둔 모니터에 짧은
판이 뜨고 몇개 단어로 인사하는게 ... 신통하고 기특했다
그것도 두번다 호주라고 했다 . 거긴 봄이던가 ...


며칠전에는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
대뜸 상대편의 여성이 ... 죄송합니다 ... 로 시작되는
몇줄의 이야기를 했다 . 어떤 식의 관계였을까 ...


밤늦으면 ... 요즘은 창을 닫아두는데 ... 조금 열린
사이로 ... 건너편 창가에 실루엣으로 전화하고 있는
사람을 본다 . 창턱에 걸터앉아 .. 매일 ... 무얼 말할까 ..


밤 쪽지창에서 ... 짧막한 단어들 ... What kind ? /
oldies / 70s ? / and 80s ... 그는 어떤 아이일까 ...
난 기막힌 노랠 다운받고도 고맙단 말 해본적 없었는데 ..
그런걸 할 줄도 모르고 ... 알았어도 안했지 않았을까 ..


모르는 부분만큼의 매력이 있겠지 ... 배경과 책임이
전혀 없고 ... 인연이니 재회니 따위도 필요없이
고립된 존재로 스침 ... 깊은밤의 기쁨이었다
어이 ... 거긴 몇시야 ...? / 그래 ...? /
별로 먼 곳이 아니군 ...


보이조지를 좋아한다던 그 또는 그녀 메시지에 ...
잠들기 전에 보이조지가 떠올랐다 ...
... 성별이 애매한 그 미소 ...
흔하게 짧았지만 ... 별난 만남이었다
9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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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Free Board 내용 중에 오려 온 것들입니다 .
이 외에도 Free Board 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